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나는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리라
유통기한 지난 우유처럼 버려지더라도 자존감 있는 쓰레기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후 얼마만에 느껴보는 여유인지... 신선놀음 즐기다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나는 펜을 들었다. 요 며칠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건 좀 슬프지만.
누군가 만든 이 음악 한곡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귓속에 박혀 심장을 후벼 파고 있는데, 나의 모든 것은 현재에만 존재하니 어찌 하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일이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혹은 물거품조차 될 수 없는 것들. 모든 것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지금에 존재한다. 멀찌감치 보이는 풍경 앞에서 오늘도 수백 번 수만 번 답도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나는 할 수가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히기 마련’이라 되뇔 뿐. 오랜 고민 끝에 알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뭔지. 이젠 괜찮아질 거다. 그토록 긴 시간들은 결국 하나의 점이 되겠지.
‘이별의 순간이 오면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내줘야지.’
언젠가 그와의 이별을 상상한 적이 있다. 처음엔 귀가 먹먹하더니 눈앞이 흐려졌다. 나는 초밥 한 덩이를 입에 넣고 울음을 참았다. 철없었던 돌아섬을 만회하려 또 한 번의 후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듣는 사람 없는데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음악처럼 멈추지 않았다.
속이 단단하지 않은 사람은 약한 바람에도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속이 단단한 사람은 외부 압력에 부러지기 마련이다. 어느 쪽이던 쉽지 않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게 했던 그 사람이 어느 날 내게서 등을 돌렸다. 순수한 사랑을 주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했던 그 사람이 떠난 뒤 나는 모질게 이별을 당한 그 자리를 자꾸만 찾아갔다. 지나는 사람 없는 텅 빈 거리가 왜 그렇게도 슬펐던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누가 나 좀 붙잡아달라고 울부짖었지만 그저 일기장 안에서의 외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