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두 번 죽이는 그놈 목소리
수없이 많은 이력서와 여러 번의 면접 끝에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내 눈이 떠지는 순간이 기상시간이 되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취침시간이 된지 어언 4개월. 신문사를 끝으로 다시 언론계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에 방황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
어느 날과 다름없이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는데.
♪♬ 벨소리가 울리자 심장이 쿵쾅쿵쾅.
누군가의, 어떤 연락이라도 기다리는 나의 귀에 벨소리가 들리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오르는 것 같다.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초록색 통화버튼을 누르자 들려오는 소리는 익숙한... 그나마도 사람이라면 "여보세요?" 한 내 입이 이렇게 민망하진 않을 것이다. 신나는 음악소리와 함께 기계음이 들려오는 날에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안녕하세요 고갱님" 쩌업. 어떤 날은 바로 빨강 버튼을 누르며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이력서를 넣었고, 여러 번의 면접을 봤고 최종 합격한 곳도 몇 곳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혼란스러움이 더해지고 있다. 입사 전 거쳐야 할 마지막 단계 연. 봉. 협. 상. 지금껏 통보만을 받아왔던 나에게 협상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안 되는, 그렇다고 상대에만 맞출 수도 없는 법.
희망연봉을 물으면 나는 솔직하게, 높게(?) 답해왔다. 어차피 희망일 뿐이니까. 그리곤 덧붙여 말한다. "하지만 회사 규정에 따라야겠죠. 호호." 어떤 면접관은 "그럴 거면 뭐 그렇게 높게 말하냐"며 버럭 화를 내기까지 했다. 아무리 입사를 원한다고 하지만 희망의 크기까지 줄일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대부분은 언론사여서 고민 끝에 입사 포기를 선택했고, 가고자 했던 회사에서는 연봉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채용되지 못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과정을 거치며 배운 것이 있다. '뭐든 배울 것이 있다'는 것. 이런 하루하루가 즐겁지만은 않지만, 언젠가 뼈가 되고 살이 될 경험이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이렇게 오늘도, 내일도 마음 졸이며 전화를 기다리는 나에게 스팸 전화는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