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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찬희 Aug 30. 2024

흘러가는 삶 속, 의미를 묻다.

28년. 살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본 것 같다.
더 이상 그저 흘러가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의미가 있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나에겐 더 이상 의미 있는 것이 없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꼭 의미가 있어야 하나요?"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살기도 벅찬데 의미까지 찾는 건 너무 욕심 아닐까요?"
모두 맞는 말이다.
사람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니까.

나는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의미 없이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더 이상 할 게 없냐고 묻는다면,


회사

알바도 많이 해봤고 회사도 오래 다녀봤다. 많은 사람들의 목표인 회사. 다녀보니 별거 없더라. 위에서 하라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매일 할 뿐. 할 만큼 해봤다고 생각하고 이게 의미가 있나 싶다. 회사를 다닐 때야 '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야'라는 느낌이 들지, 나와서 보면 알바랑 다를 게 없다. 차라리 알바를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나.




가장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의식주를 해결할 돈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비싼 차, 비싼 집, 이런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 봤을 때, 결국 결혼해서 애를 키우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아이와 함께하려면 suv가 있으면 좋고, 좋은 학군에서 애를 키우려면 서울의 비싼 아파트가 필요하다.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다면 더욱더 많은 돈이 필요하겠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애를 낳을 생각이 없고, 결혼할 생각도 없다. 큰돈은 나에겐 의미가 없다. 나 혼자 취미를 즐기며 살 정도의 돈은 있으니까.


연애

학창 시절부터 꾸준하게 연애를 해왔고, 최근에는 연애를 오래 쉬어본 적도 있다. 연애를 한다고 해서 삶의 의미가 그 사람으로부터 생겨나진 않는다. 물론 그 사람 자체가 삶의 의미였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 나이대 친구들은 결혼이라는 목표를 잡는다. 물론 요즘은 많이 신중해지긴 했다만, 어쨌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 날을 꿈꾸곤 하지 않는가.

남들이 꿈꾸는 결혼생활을 이미 해본 게 가장 큰 것 같다. 물론 서류상으로 결혼을 한건 아니지만, 5년 동안 한 여자와 같이 살았으니 결혼과 다를 게 뭔가. ​

행복했고... 힘들었고...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5년간의 동거 생활이 아니었나 싶다. 퇴근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집안일을 함께 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는, 그런 평범한 결혼생활을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험해 봤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은 누군가와 미래를 함께한다는 것을 꿈꾸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원만한 교우관계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장 믿고 있는 친구 2명이 있으니. 한 명은 열심히 살고 있어서 가끔 연락을 하는 정도지만 가장 믿음이 가는, 내 인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언제나 함께한 친구이다. 또 한 명은 따지면 형이지만 매일 연락을 하며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사이이다. 이외에도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훈련소 동기, 전 회사 동료 등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친구관계에 대해서도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그럼 대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신적 성장이다. 세세히 따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는 상태가 목표다.

착실히 잘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이루기 위해선 위에서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것이 먼저다.

연애를 하면서 행복을 느껴보고, 이별을 통해 아픔을 느껴봐야 한다. 돈이 없어보기도 해야 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기도 해야 한다. 죽고는 못 사는 우정을 경험해 보기도 해야 하며, 둘도 없던 친구와 멀어져 보는 경험도 해봐야 한다.

이 모든 걸 해봤을 때 비로소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작년의 나는 그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또 하나는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블로그에 글을 쓰는 6개월의 시간은 나 자신을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고, 나름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되어줬다. 꼭 글을 쓰지 않아도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다.​
여전히 삶의 의미는 찾아지지 않는다.

지금 나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병에 걸린 상태이다. 중2병도 아니고 이게 뭐람.

나름 일을 열심히 하며 글을 쓰고 있는 상태인데,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형태인데... 나 자신을 놓고 싶진 않다.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진 않다.

무언가 삶의 의미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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