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쉴 수 없다. 쉬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은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전혀 힘들지도, 쉴 필요도 없지만 가끔 이런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몇 달에 한 번쯤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열심히 살고 있잖아. 가끔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 남들은 주말도 쉬고 퇴근하고도 쉬는데 난 아니잖아. 오랜만에 한번 쉬자.'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살기로 해놓고, 남들은 다 쉬니까 나도 쉬어도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왜 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오랜만에 쉬는 날이다. 몇 달 만이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들뜬 마음으로 씻고 나온다. 오늘은 뭘 하지? 어떻게 보내야 푹 쉬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열심히 고민을 해보지만, 딱히 할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각은 밤 10시니까. 친구들은 이제 잘 시간이기도 하고, 20살 때처럼 밤새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친구들은 이제 없다.
기껏 씻고 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할 것도 없다. 평소에 안 쉬니까 뭘 하면서 쉬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힌다. 글을 쓸까? 아니야 글을 쓰는 건 쉬는 게 아니잖아. 오늘은 쉬는 날이니 글을 써서는 안돼.
결국은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며 쉬는 날을 보낸다. 게임이 질리면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보기도 하고, 모처럼 쉬는 날이니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드는 생각은, '고작 이런 걸 하려고 쉰 건가?' '이런 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
야간에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날이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사실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세상에 홀로 남겨져있는 기분, 새벽엔 그 감정이 더욱 증폭된다. 평소에는 느끼지 않는 외로움을 왜 쉬는 날에 느끼고 있는 걸까.
차라리 안 쉬었으면 돈이라도 벌었을 텐데. 이렇게 될걸 뻔히 알면서도 난 왜 쉰 거지. 일하고 있었더라면 글이라도 썼을 텐데, 쉬는 날을 핑계 삼아 글도 쓰고 있지 않네.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기껏 주어진 쉬는 날인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더라.
단 하루 쉬었을 뿐인데 기분은 바닥을 치고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다. 이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웬만하면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중이다. 쉬는 게 아니라, 하루를 버리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