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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by 한찬희

회사란 무엇인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인 9시간을 회사에 투자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그 9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냐? 절대 아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 채 매일을 반복하는 것이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다.

퇴근을 하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온몸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자연스레 휴식을 취하게 되고,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 또한 쉴 수 있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 그렇기에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낀다.

반대로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는 어떨까.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알바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가 됐든 회사에서 일하던 때보단 훨씬 편안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업무의 강도가 회사보다 높을 수는 없으니까. 그것이 회사가 주는 무게감이니까.

처음에는 마냥 좋다. 삶이라는 게 이렇게 편안한 것이었나. 회사를 다니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건강해질 수 있구나. 그동안 나는 자유롭지 못했구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해진다. 왜 이리 대충 살고 있는 것 같지? 사는 게 힘들지가 않네? 아무것도 안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

회사에서 일하던 만큼의 업무 강도가 없어지다 보니, 이렇게 편하게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점점 밀려온다. 남들은 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네.

보통은 이때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아무리 회사일이 힘들어도 불안한 백수보다는 나으니까.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며 도전하기 시작한다.

운동, 노래, 유튜브, 그림, 글, 등등 본인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헤매는데, 그 과정은 전혀 순탄하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가장 어려운 건, 어릴 적부터 재능을 찾아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 나는 공부만 하고 회사만 다니다가 이제야 무언가를 해보기 시작하는 어리숙한 존재인데, 그들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존재이지 않나.

그래서 더 열정적이게 된다. 해보고 싶은 것을 찾는 과정도 마찬가지고, 무언가 하나 정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 늦게 시작했지만 그들을 이기기 위해 쉴 새 없이 몰두하게 된다.

그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하기 싫은 일도 아니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회사에서는 매번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시간만 주어진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쉴 수 없다. 쉬는 순간 목표에서 점점 멀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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