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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것 vs 잘못 아는 것

by 한찬희

편의점은 매달 1일이 되면 각종 행사가 바뀐다. 1+1, 2+1, 할인 행사 등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 그래서 매장에서는 달이 바뀌는 1일 자정에 '쇼카드'라고 불리는 행사표를 전부 교체한다.

매달 반복되는 일이지만, 나에겐 여전히 정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

쇼카드는 자정 전에 미리 떼야 할까?
아니면 자정이 지난 후에 떼는 게 맞을까?


먼저, 자정 전에 제거했을 때 생기는 문제.
손님은 행사 정보를 알 수 없다. 이게 1+1 상품인지, 2+1인지, 아니면 아무 행사도 없는 건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거 1+1 아니었나...? 어제 그랬던 것 같은데?'
'아닌가? 물어봐야 하나...?'

행사 정보가 없다는 건, 결국 손님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정이 지나고 제거하면 어떨까?
손님은 쇼카드를 보고 상품을 고르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 행사 적용이 끝난 상황이 발생한다.

"어, 이거 1+1 아니에요?"
"아, 오늘 행사가 끝났어요. 지금 교체 중이에요."

이 경우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미리 제거하면 '정보 부재'
늦게 제거하면 '오정보 제공'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늘 고민에 빠진다.

물론 이 작업은 한 달에 한 번 2~3시간 정도면 끝나는 일이다. 잠깐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되지만, 그 짧은 시간조차 손님이 헷갈리거나 불쾌해할까 봐 늘 조심스럽다.


내가 내린 결론은 '미리 제거'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갑자기 사라진 행사표에 손님이 어리둥절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땐 말로 전해주면 된다.
"이거 1+1인데 하나 더 가져가실래요~?"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달 행사를 미리 꽂아두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더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여기 300원 할인이라고 써 있는데, 아닌가 봐요."
"아 그거 다음 달 행사인데, 미리 꽂아둔 거예요."
말하는 나도 미안하고, 기껏 고른 손님도 실망감을 느낀다.


알지 못하는 것과 잘못 아는 것. 둘 다 불완전하지만 그 사이에서 조금 더 나은 방향을 택하고 싶다. 그게 내가 매달 1일 쇼카드를 떼며 내리는 작은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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