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를 보고 돌아오는 길, 이어폰을 꽂는 습관적인 행동마저 잊은 채, 주변의 소음조차 느껴지지 않는 깊은 몰입감에 휩싸였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이 움직였던 탁구대 앞의 나. 평소에 풀던 속도의 반의반도 안되는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어가던 시험장 안의 나.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집중했던 순간들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가빠진 숨은 진정되지 않고, 눈은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채, 멈추지 않는 생각의 흐름 속에 격앙된 나 자신을 오랜만에 마주한다.
어째서? 그저 영화 한 편 본 것뿐인데. 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주인공. 고집을 꺾지 않고 발전시켜 끝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자신을 증명해 내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더라.
"지지 않는 바둑을 둘 거예요."
"나의 방식으로도 이길 수 있어요."
"정답은 없는 거잖아요."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증명해낼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방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그 누구도 걷지 않는 길, 내가 선택한 나만의 방법으로 말이다. 매일매일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이 행위가 얼마나 큰 힘이 되어 돌아올지 반드시 증명하고 말겠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증명은 이미 끝났다. 이 방식이 옳다는 것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나에게 어리석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도록 당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증명해 보이겠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내가 굳이 야간 생활을 선택한 이유. 그것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내 스스로 포기한 휴일 또한 마찬가지다.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나의 선택. 놀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연애를 하지 못해도 괜찮다. 평생 놀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노는 것을 그만둘 때다.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간'이다. 하루에 주어지는 온전한 자유 시간은 무려 10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이미 살면서 많이 하지 않았는가. 나의 10시간 중 5시간은 온전히 글을 읽는 데 할애한다. 나머지 5시간은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다.
이것이 나의 승부수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내린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 선택을 위해 그동안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번년도를 내가 바라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투자할 것이다.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내고 말 것이다. 벌써 두 권의 책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만의 작은 사무실인 편의점에서.
주저리주저리
'인생에 정답은 없어.'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라.'
와 같은 말은 그 누구도 할 수 있고, 수백수천 번도 더 들은 말이다. 하지만 말로만 하는 게 아닌 직접 증명하는 이창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피어오른다.
'나도 할 수 있는데.'
'나도 이창호 못지않게 고집 있는데.'
'한 우물만 파는 거 내가 제일 잘할 자신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여서였을까, 나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밀려온다.
정답을 좇지 않다 보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다 보면, 끝없이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항상 나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차 있지만, 가끔 불쑥불쑥 나 자신이 의심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이 모든 게 부질없는 짓이면 어떡하지?'
'언제쯤 나는 성공할까?'
참 하기 싫은 생각들이지만 나도 인간인 이상 이런 생각들이 피어난다. 결국 어찌저찌 이겨내기야 한다만 요즘은 이겨내는 것도 버겁다.
그런 와중에 오늘 본 영화는 아주 큰 자극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졌기에 하던 대로 쭉 나아갈 것이다.
집에 오는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위 글을 완성했다. 이렇게 무아지경으로 막힘없이 글이 써진 건 참 오랜만이지 않나. 이 감각을 기억해서 새벽에 글 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