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러닝을 취미로 삼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씩 뛰고 있고, 빠른 시일내에 10km를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은 5km 정도가 한계지만, 꾸준히 하면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문제는 집 근처에 제대로 된 공원이 없다는 것. 사람들은 공원에 가서 잘 정비된 트랙을 뛴다는데, 나는 그런게 없으니 어디서 뛰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곳 저곳 뛰어보다 결국 결정한건,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뛰어보자. 공원에서 뛰는 게 아니라 공원까지 가는 게 목표인 러닝이다. 가는 길만 해도 5km쯤 되니 도착했을 땐 충분히 달렸다는 느낌이 들 것이고, 한강에서 자연의 에너지를 받으면 힘이 날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함께였다.
3~40분쯤 달렸을까, 드디어 공원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론 한강이 흐르고 왼쪽에는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피크닉을 즐긴다. 평일 낮 12시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대학생들은 잔디밭에 앉아 깔깔대며 게임을 하고, 젊은 부부는 아이와 웃으며 도시락을 나눈다. 직장인들은 짧은 점심시간을 틈타 잠시 쉬러 나왔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만끽한다. 또 다른 이들은 각자의 목표를 품은 채 묵묵히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조화를 이루는 모습. 공원이라는 공간이 단지 예쁘게 꾸며진 장소를 넘어, 살아 있는 풍경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멋지게 만든 공원이라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그저 허허벌판일 뿐이니까. 오늘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진정한 의미의 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오늘 나는 혼자였지만, 한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