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한 걸음, 일상의 소중함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그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종종 사진으로 인사드렸었는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못 쓴 지는 벌써 수개월이 지났네요.
나름대로 사정이 있긴 했습니다.
사실 제가 3월경에 팔을 다쳤거든요ㅎㅎ
하필 오른쪽 어깨를요.
어쩌다 다쳤는지 궁금하신가요?
저는 집에만 있는 걸 답답해하는 편이라
되도록이면 주 5일 정도 운동을 매일 나가는 편입니다.
날씨가 좋은 경우에는 동네를 조깅하기도 하고
올해 들어서는 헬스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요, 러닝머신을 뛰려다가 넘어져버렸습니다.
대학 다닐 때 이후로는 크게 넘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날따라 머리가 어지러웠는지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뎠습니다.
얼굴이 부딪히는 대신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 시야가 흐려져 세상이 노랗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주저앉아 일어나기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넘어졌다는 창피함도 커서ㅎㅎ 스트레칭존에 조용히 있다가
다른 회원분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탔습니다.
병원에서는 골절이라고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두 군데를 찾아갔습니다.
한 곳은 수술할 확률 30프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관리를 잘한다면 수술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 보조기를 착용하고 6주간 지켜보자고 하셨어요.
수술은 후유증도 있고 흉이 질 수 있으니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다른 곳은 바로 수술과 MRI촬영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어깨 수술이라 철심을 박아야 하며
회복기간은 5~8주를 말했습니다.
고심해보고 나서
뼈가 붙기를 기다리고 수술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통증은 덤덤했지만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냥 다쳤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4월 중순에 장편영화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제게 있어서 독립영화 외에
상업작품으로서 처음으로 대사가 있는 작품이라
거의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잠시 고민 후에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저, 촬영은 어떻게든 꼭 해야 합니다 선생님.
촬영 시에만 잠깐 보조기를 벗으면 안 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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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팔 제대로 못 쓰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세요.
겁이 났습니다. 팔을 못 쓸 수 있다니.
저는 오른 손잡이인데 오른팔을 못 쓴다니요.
몸이 건강할 때는 한 번도 그런 경우를 생각해보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맡은 배역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깁스를 하고서라도 촬영에 참여할 수 있겠냐고
제작진분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조연출님을 포함한 제작진분들께선
촬영장에 와도 된다고 사정을 봐주셨고
다행히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두 달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힘들기도 했지만 감사했습니다.
이번일로 제가 다시금 깨달은 점은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입니다.
제가 이전에 이런 작품을 단편으로 낸 적이 있습니다.
'한걸음 한 걸음'이라는 단편인데요
https://youtu.be/6Yn28iWqNZE?si=Ftg03QeB2auah6DA
지금은 사이트가 사라졌지만
무비다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신체가 한쪽이라도 불편한 사람이 겪는 일상의 감상을 담았어요.
제가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동할 때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먼저 보자면
버스는 대부분이 턱이 높아 어르신들이나 휠체어를 탄 분들이 너무나 타기 어려운 구조이고
지하철도 엘리베이터는 멀리 있고 에스컬레이터조차도 없는 곳이 많습니다.
다리가 아니라 팔을 다친 경우에도 일상생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건 하나 자기 손으로 들 수 없고 씻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까요.
"범사에 감사하라"
이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신체가 건강하고
내 주위에 나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바라건대,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역할이 주인공인 영화의 특성상 주요 로케이션인 대학교가 중요한데
원래 촬영지로 예정되었던 학교에서 허가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촬영은 5월 말로 미뤄졌습니다. 제 촬영기와 영화 개봉기는 후술 할게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의미 있는 영화를 위해
몰두하시는 제작진분들과 함께
열심히 촬영할 예정입니다.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