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장, 내 취향저격 갤러리&아티스트
입구 앞에는 티켓 확인을 위해 배치된 스텝들이 서 있다. 나는 얼른 스마트폰을 켜서 미리 구매한 모바일 티켓을 보여줄 준비를 했다.
내가 구매했던 모바일 티켓 이미지. 티켓은 1일권 2일권 전일(4일)권 등 다양한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전부 보고 말겠다는 불타는 열의로, 아트 바젤 all day public days(12/1 - 4, 행사 전일, 총 4일간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 관람 가능) 패스를 구입했다.
D구역으로 당당히 입장. 내 눈에 비친 아트 바젤의 풍경. 공식 전시 오픈 시간(12월 1일 목요일 오후 3시)을 갓 지난 터라 생각보다 심하게 붐비지 않았다. 집중해서 작품 감상하기에 적당한 관람객 밀도였다. (공식 오픈 전날인 11월 31일에는 VIP 및 Press를 위한 preview행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 오늘은 첫날이고 먼길 떠나와서 피곤하니까 큰 욕심부리지 말고 D섹션 주변만 살짝 보고 가야지-라는 생각은 어느새 '조금 피곤하면 보다 쉬다 보다 쉬다 하면서 한 6시까지 보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러고는 '아니지 아니지 내가 이렇게 좋은 전시가 여기 있는데 호텔 가서 자는 건 죄다 죄. 그럼 안되지' 라며 피로를 몰아내기 위한 커피를 폭풍 섭취하는 내 모습으로 이어졌다.
눈 앞에는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갤러리 부스가 파노라마 같이 펼쳐진다.
어디서부터 보지? 어떻게 보면 꼼꼼하게 잘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홀 중앙 좌대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전시장 지도를 한부 집어 들었다.
머리를 누르면 빼애액 소리를 지르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귀엽고도 공포스러운 내 사랑 기린 볼펜과 지도 한부를 손에 꼭 쥔 채, 설레는 맘으로 전시장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는 신선한 작품, 매력적인 작가를 선별하여 출전한 갤러리들을 지도에 체크해가면서 내 나름의 평가 기준으로 각 갤러리의 점수를 채점 보았다. 확실히 이렇게 관람하는 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작품과 갤러리를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아트 바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갤러리 별 정보와 소속 작가, 대표 작품에 대한 Like 표시를 따로 해두면 나의 계정에서 한 번에 마음에 드는 갤러리와 작가 작품을 볼 수 있다.
좋은 작품으로 가득 찬 전시 공간에 들어설 때면 나는 스스로가 마치 하나의 동전 모양 자석이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석을 좋아했다.
자석으로 물고기를 낚는 낚시게임, 한글의 자음 모음으로 된 자석 블록으로 뗏엇다 붙였다 하면서 글자 만들기 등.. 서로 다른 자석끼리 만나 처음에는 서로 데면데면하다가도 찰나의 순간에 감쪽같이 와락- 붙어버릴 때, 그들의 긴박한 생명력을 포착할 때면 정말이지 짜릿하다. 그 이끌림, 그 짜릿함은 거의 마성에 가깝다.
전시 공간에 '나'라는 동글 납작한 자석이 들어서면,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한 판단보다는 무無논리로써도 잘도 나를 이끄는 작품으로 이끌려 간다. '나'라는 빈혈기 있는 동전 자석은 무력하게 그 앞으로 타타닥 하고 끌려가, 강력한 그것에 찰싹 달라붙게 된다.
그러고는 그다음 자석으로, 또 그다음 자석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여기저기 붙어 다니며 정신 놓고 신나게 돌아다닌다. 그러길 반복하다 지친다 이제 진짜 집에 좀 가자 하며 전시장 밖으로 나올 때면 나와 수많은 작품은, '우리'가 되어 있고, 하나의 자석 탑을 이뤄 우뚝 솟아있다.
짜릿짜릿한 시간을 너무 오래 보내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리가 한 올 한 올 빠 직빠직 기립해 있는 듯한 뻣뻣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아트 바젤 첫날, 전시를 보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뻣뻣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아트 바젤 첫날, 전시를 관람하면서 전적으로 내 취향과 나의 기준에서 "꼭 봐야 할 갤러리와 작품"을 선별하여 소개해볼까 한다.
선별 기준.
1. 내가 관심 있는 아티스트, 혹은 선호하는 스타일의 작품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접해보는 작가 포함)
2. 향후 미술시장에 신선함을 더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아티스트 및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
에 한해서 별점(★★★★)을 매겨 보았다.
즉, 별점이 높을수록 내가 선호하는 아티스트,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보유하거나, 혹은 내 기준에서 트렌드가 잘 반영된 작품을 보유한 갤러리가 된다. 아마 소개하는 작품을 통해 내 취향이 잘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D
(본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며, 현대미술 전문가의 작품 가치평가 기준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New York, USA http://www.maryboonegallery.com (1977~)
Judith Bernstein, Hoover Cock, 2015, acrylic/canvas, 213.4 × 213.4(cm), Mary Boone, Art Basel Miami Beach 2016. (직접 촬영)
이 작품의 아티스트인 Judith Bernstein은 그녀가 예일대학교에 재학 중인 시절인 1960년대에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한 그레피티(graffiti)에 끌렸던 것에 착안해서 그녀 작품 세계의 기초적인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남자 화장실에 강하게 갈겨쓴듯한 노골적인 성적인 묘사에 착안한 그녀의 작품은 1970년대 초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의 작업이 큰 반향을 이끄는 시기를 예견하며, 여성의 권리와 복지와 성적인 공격성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미국의 베트남 참전 등 활발한 반전 캠페인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by Solo Exhibition "Judith Bernstein: HARD,” New Museum, New York, USA, 2012–13)
시각적 이미지만 볼 때, 먼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 중 하나인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과감함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어 뽑아봤다. 빨강, 파랑, 노란색 등 원색을 사용해서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듯 보여 사무적이거나 대칭을 이루는 실내 공간 벽면에 전시하면 더욱 돋보일 수 있을 것 같고, 공간이 주는 단정함이 수반하는 자칫 지루한 인상을 자유분방함이라는 에너지로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타 정보
(1) 영상. Studio Visit | Judith Bernstein - Video - NYTimes.com
(2) Judith Bernstein의 다른 작품 이미지
(3) 최근 전시 활동 http://maryboonegallery.com/artist/judith-bernstein/news
Jacob Hashimoto, Beyond the Zero, 2016, acrylic, paper/Dacron, wood, 198.1 × 182.9 × 20.3(cm), Mary Boone, Art Basel Miami Beach 2016. (직접 촬영)
Jacob Hashimoto는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연(kites)을 사용하여 정교하게 콜라주 하여 만든 작업을 하는 미국 아티스트이다. 특히 그는 일본 전통의 타피스트리 기법에 착안하여 수작업한 수천 개의 연을 이어 화려하고도 이국적인 작품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방식의 그의 작업은 3차원이 조각으로, 또한 개개의 연에 그려진 추상적 이미지를 고려할 때 회화적 요소 또한 갖춘다. 그의 혁신적인 작업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먼발치에서 보았을 때 그의 타피스트리는 하나의 풍경을 이루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풍경은 사라지고 작은 조각의 연에 장식된 추상적 이미지만 남게 된다. (by Artsy.net)
Hashimoto의 설치 작업 메이킹 영상을 보고, 내가 Mary Boone 갤러리에서 본 그의 작품 Beyond the Zero으로는 그의 작품 세계의 진면목을 알기에 턱없이 규모가 작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 링크해둔 Hashimoto의 설치 작업 영상은 흥미롭다. 마치 거대한 만화경 속에서 알알이 움직이는 화려한 구슬들의 움직임을 공간에 구현하려 한 듯, 만화경 안의 거울에 비친 반사 현상이 주는 스펙터클을 아티스트는 수천 개의 화려한 연으로써 한 땀 한 땀 구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흥미롭다.
기타
(1) Jacob Hashimoto's official site
(2) Jacob Hashimoto - Gas Giant - Install and Deinstall - MOCAtv, 2014
Düsseldorf , Germany https://www.artbasel.com/catalog/gallery/1207?i=0
Tony Oursler(1957~), e3# (blue), Installation, Video, paint and resin on aluminum , 101.6 × 134.6 (cm), Hans Mayer, Art Basel Miami Beach 2016. (직접 촬영)
Tony Oursler는 멀티미디어와 설치 작업을 하는 미국 아티스트로, 시각적 기술과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학과 사회관계를 탐구하고, 유머와 아이러니를 적용한 작품을 회화,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또한 Oursler는 일상의 매체가 갖는 고유의 객관성을 넘어 그것이 현대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을 간파하기 위한 탐구를 작품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주로 한다. (by artnet)
본래 미디어 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었던 내가, 한순간 크게 흥미를 갖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지난 2012년 카셀 도큐멘타에 갔었고, 그곳에서 약 일주일 간 머물면서 실험적이고도 시각적으로 화려하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다수 접할 수 있었다.
이후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생겼고, 국내외 미술관 혹은 유명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갈 기회가 생기면 일부러라도 영상 작업을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름의 작품 취향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 본 전시 중에 흥미로운 영상 작품이 있었던 예로는 몇 달 전 막을 내린 <미디어시티 서울: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2016 9.1.~ 11. 20., 서울시립미술관>이 있다.)
사람 얼굴을 형상화한 설치 작품과 영상 기술을 사용한 Tony Oursler의 작품 e3# (blue)을 보고 있자면 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영상 속 눈의 주인이 뭐라 말을 걸어줄 것 같은 기대감, 그리고 '가려진 얼굴'이라는 이미지로 인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캄캄한 암실에서 보면 정말 더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왠지 대형 로비를 갖춘 회사 사옥의 삭막한 엘리베이터 근처에 설치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사각형의 기계적이고도 한정적인 운행을 하는 규칙의 엘리베이터와 이 작품의 오묘함이 근사한 Mix & Match를 이룰 것 같다는 의견이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총 15점의 Tony Oursler의 작품(회화, Video)이 소장되어 있다.
https://www.moma.org/search/collection?query=Tony+Oursler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도 8점이 소장되어 있다.
http://collection.whitney.org/artist/3930/TonyOursler
소더비의 현대미술 경매에 자주 출품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출품된 작품은 지난 2016년 11월 현대 미술 경매에서 거래된 설치 영상 작품(Untitled, LCD monitor, DVD, DVD player and acrylic on wood, 2003)으로, 추정가 USD 25,000~35,000(한화 2,982만 5,000 원~ 4,175만 5,000 원)에 거래된 바 있다.
기타
(1) 현재 전시: "Tony Oursler: Imponderable", 뉴욕 현대 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 MOMA) (~2017. 4. 16)
New York, USA https://www.artbasel.com/catalog/gallery/1087?i=0
Jack Pierson, This Year, 2016, Installation, Metal, Plastic, 134.6 × 271.8 × 7.6 (cm), Cheim & Read, Art Basel Miami Beach 2016. (직접 촬영)
A Project by Toilet Paper(Maurizio Cattelan & Pierpaolo Ferrari)
Toilet Paper, Maze of Quotes, for the Fondation Beyeler
아티스트 Maurizio Cattelan & Pierpaolo Ferrari의 매거진 프로젝트의 일환인 Toilet Paper는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참관한 Fondation Beyeler's(초대 아트 바젤 설립 멤버 중 한 사람인 Ernst Beyeler가 그의 부인과 함께 설립한 미술 재단)의 부스를 하나의 설치 미술로 다 사용한 작업 "Maze of Quotes"를 선보였다. 형형 색색의 한 가구와 벽지, 카펫으로 인테리어 장식된 전시 공간에 마련된 키친과 테이블에는 냄비와 오픈, 그리고 테이블 위의 접시까지 거의 점령하다시피 과도하게 세팅된 스파게티들이 폭발적으로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이는 호화로움과 탐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과 같은 인상을 주며, 이를 통해 아티스트는 소비주의와 성 문화에 노출된 욕망을 현대 사회 심리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형이상학적인 인간의 욕망을 '파스타'라는 식재료를 사용하여 오븐, 냄비, 접시 등 그 정해진 용량의 한계를 초과하고, 폭발적으로 차고 넘치는 과장된 묘사로써 디스플레이했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의 기발함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파스타는 노골적을 모든 공간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여기에 화려한 인테리어 디자인 및 소품들은 욕망의 색깔과 온도를 보여주는 듯 강렬한 인상을 주어 다소 혐오스러운 느낌과 폭발적인 화려함과 과도함이 합쳐져 엄청난 시각적 에너지를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