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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Oct 22. 2021

기도하던 친구

사랑받고 싶다면, 베품 받고 싶다면.

두바이에서 살때였다. 화려하지만 낮밤이 바뀐 불규칙한 생활. 면세점 쇼핑과 세계여행, 광란의 축제와 트렌디한 파티를 매일 좇아다니며 향수병과 해외생활의 고됨을 달랬다.


나의 하우스메이트인 방짝은 목사님 딸이었다. 휴가때는 봉사를 가거나 성지순례를 가고, 모은 돈은 가족들을 위해 쓰거나 헌금을 했다. 항상 기도하고 틈날 때마다 교회에 갔다.


밤샘 일을 하고 새벽 귀가를 하거나, 한밤중에 두시간도 못 자고 출근을 할 때가 많았다. 그녀는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말했다.


널 위해 기도할게.


나는 무교였다. 그 나이가 될때까지 한번도 교회에 가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오히려 기독교에는 반발심이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살았던 3년동안 나는 말없는 그녀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것을 받았다. 받았다는 것을 두바이를 떠나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게되었지만.


어느날 엄마가 한국에서 와 우리 집에 몇일간 머물렀다. 신실한 요가수련생이자 불교신자셨던 엄마가 자기 방에서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던 내 방짝을 보고 불편해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기도를 끝내고 나온 방짝을 만난 엄마는 정말 활짝 웃었다.  그녀의 두 손을 덥썩 잡더니 말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두바이에서 고생하며 사는 내 생각을 하니, 비행기 안에서 물한잔 달라는 말도 못하겠더라고 말하던 엄마. 취업하라고 등 떠밀었던게 미안하다고 축 처진 눈썹으로 나중에야 작게 고백하던 엄마.


그런 엄마가 나의 두바이 방짝을 만나보더니, 이 친구와 함께 산다니 엄마는 이제 걱정 없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때는 잘 이해가 안갔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순수하게 신을 향한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10년이란 시간이 지나, (여전히 무교이지만) 나는 이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을 주는 입장이 되고 나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하고 고마운 기도와 사랑을 받았는지 매순간 알아차리게 된다.


내가 아무런 보상을 바라는 마음 없이 사랑을 주게 되니 나 또한 과거에 그리고 현재에 그렇게 무한히 사랑 받고 있었음을, 아무 것도 몰라 어둠 속에 있었다고 착각했던 내가 사실은 든든한 대지위에 떠받들여져 모셔지고 있었음. 그녀의 기도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 숨쉬며 나에게 힘을 주고 있었음을 매 순간 깨닫는다.


그러니 사랑 받고 싶다면 사랑을 주어라.

베품을 받고 싶다면 먼저 무한히 베풀어라

그 마음에 기대심 없이 이기심 없이 결과에 집착하지 말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

베풀어라.

그러면 내가 이미 무한한 사랑과 베품 속에서 귀히 보살펴지고 있었음을 알아차리리.


Give, Love, 그 다음에 Purify 가 온다. 그리고 그 다음에 Meditate 가 온다고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늘 잊지 말아야지. 옴.

늘 감사해야지. 옴.

늘 사랑해야지.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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