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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로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by 이웃사

금요일, 토요일은 너무 우울해서 병원에 전화를 해서 약을 골라 먹었다. 그래도 우울감과 무기력감 때문에 산책을 나가지도 않고 계속 집에 있었다.


희원이에게 온 전화를 들어보니, 전남편이 희원이에게 자신의 과오를 아름답게 내로남불로 포장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엄마가 박사논문 쓰면서 성질부리고, 너희들한테 막 대하고, 애착도 없고, 자기중심적이라서 지것만 챙기고.. 그런 게 그녀와 비교가 돼서... 그리고 남자가 50이 넘으면 자기가 남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 지는데, 그러다 보니 관계가 깊어진 거야.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집을 내팽개치고 그러지도 않았고 너희에게 최선을 다했잖니?”


이게 무슨 궤변에 개소리인가?

차라리 자기더러 나가라고 했으면 좋을 텐데라는 말에 내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편하게 소송준비하고 애들 안 챙겨도 되고 김경아와 맘 편하게 함께 있을 수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고 약이 오른 거다. 밖에 나가 저러고 있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면서 현관문 비번 바꾸고 cctv앱에서 나를 제외시켰는데, 이제 사과를 해도 옛날 같지는 않을 거라며 희원이에게 어떻게 할까? 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야비한 사기꾼이다.


전남편의 모든 대화를 정리해 보면

1. 이혼하고 싶다.

2. 돈은 주고 싶지 않다.

3. 지금 애들하고 있는 게 쪽팔려서 나가고 싶은데 그러면 애들만 버려두고 가는 거라 선수를 못 쳐서 열받는다.

4. 마누라의 험담을 아들과 나눠서 녹취하고 단점을 증거로 잡으려 한다.

5. 남편으로서는 실망스럽겠지만, 너희에겐 잘했다. 그러니 너희는 나의 불륜 정도는 이해해라.


희원이가 아무리 그래도 그 하나가 너무 큰 잘못인데, 엄마가 나간 게 이해가 가고 지금 나도 힘든데,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생각 든다고 하니까...라고 대답하니,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희원이를 회유해서 재판에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려고 하려는 게 너무 보이는 행태이다. 이혼이 이렇게 치사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준비서면 준비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다 넣어야 하는데, 증거를 수집 중인가 보다. 쇼를 너무 해서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전남편이 생각하는 나의 혼인 파탄의 책임은 아마도 이렇게 추정된다.

1. 성격적 결함: 결벽증에 강박증, 히스테리가 있으며 애들에게 함부로 말하고, 애착도 없고, 자기중심적이다.(강박적인 것은 맞다. 그래서 늘 청소하고 정리정돈을 한다. 속옷까지도 색깔별로 정리해야 한다.)

2. 사치스럽다.: 명품을 좋아하고(솔직히 남녀모두 명품을 좋아하지만, 살 수 없어서 문제있은 것이지, 나도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받은 명품은 루이비* 백 하나뿐이었다.)

3. 시부모 부양에 소홀했다.(본인이 부모를 보러 가기 싫어하고 매번 싸우고 온다)

4. 성관계가 잘 안 맞았다.(과연 처음부터 그랬을까?)


그리고 희원이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그 둘의 첫 관계는 엄마의 박사논문으로 히스테리를 부려서 인도여행 가면서부터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원래는 인도여행도 내가 가는 거였는데, 지랄 맞은 지도교수가 일방적으로 최종심사 날짜를 바꿔서 나 대신 상간녀와 간 거였다. 상간녀는 5분 대기조처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그들의 처음은 2011년 진료실로 찾아온 김경아가 엉덩이를 까고 티팬티를 보여주면서부터였는데 이런 것까지도 아름답게 포장했다.


나는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수능이 끝나면 두 아들들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전남편의 위선적인 가면 뒤에 있는 추악하고 더러운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와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다른 일로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게 위법했는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 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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