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전방 근무 중에 X가 서울 파견 근무를 하게 되어 친정집에 1년간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늘 그렇듯이 친정으로 전화해서 욕을 하던 시어머니가 시누이가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니 등록금 180만 원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욕하고 끊으면 또 욕하고 부모님이 퇴근해 들어오셨는데, 부모님에도 쌍욕하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휘둘렀다. 끝내 전화선을 빼고 잠을 자야 했지만, 다음날 새벽에 전화선을 꼽자마자 전화폭력, 욕폭탄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혼반지를 팔겠다고 결심하고 희원이를 업고 종로 5가 귀금속 상가들이 밀집한 곳에 가서 결혼반지를 팔았다. 겨우 110만 원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아이를 업고 와서 결혼반지를 파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금은방 여사장님은 이 반지 대신에 아내에게 싼 반지 하나 사주라고 했고, 난 그 마저도 행복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우리의 2주년 결혼기념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련한 110만 원에 은행에 대출로 70만을 받아서 180만을 보내고 나니 한동안 조용해질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상간녀가 반클리프 ** 다이아 반지를 사달라 하고 곧 사주겠다는 X의 카톡대화가 생각난다. 난 너무 호구였다. 울고불고 니 애미가 날 이렇게 학대한다고 난리를 치고 큰소리를 지르며 싸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X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야 우리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의 열등감 가득한 마음을 달래주고 보듬어줄 수 있고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X는 그런 배려조차도 해줄 필요 없는 섹스중독자라는 걸 그땐 몰랐다. 그리고 나와 결혼한 것에 대한 증거인 반지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걸,
결혼생활이 지나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난 ‘새로운 결혼반지’를 사달라고 했다. 비싼 다이아반지가 아니어도 의미 있는 반지이니 가지고 싶었다. 결혼 20주년에 선물로 반지를 사달라고 하니 X는 시큰둥했다. 그때가 상간녀와 한참 불붙어서 우리 윗집에 살면서 스릴 넘치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중이었으니 내게 그런 걸 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그 결혼반지를 시누이의 등록금 때문에 팔았다는 사실조차 기억을 못 하고 잊어버렸다. 그에겐 결혼반지를 2주년 결혼기념일에 희원이를 등에 없고 종로 5가에 가서 팔았다는 사실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 같았다.
누군가 그런 말을 내게 해 주었다.
“여자는 돈과 시간이 생기면 쇼핑을 하지만, 남자는 돈과 시간이 생기면 그다음은 100% 여자야!”
2011년 그때부터 우리는 조금씩 여유가 생겼고, 나는 학교 일을 하고 애들 학교, 학원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었고, 게다가 박사과정을 다니며 논문을 쓰느라 바빴으니, X에게 돈과 시간이 둘 다 충분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