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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사 Mar 21. 2024

그 또한 내 삶인데...

"그 또한 내 삶인데"는 요즘 내가 반복해서 듣는 조용필의 노래 제목이다.

난 이런 결혼 생활을 했고 그 또한 내 삶이었다.


혹자는 '바보야?, 호구냐? 왜 그러고 살았냐?,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디게 둔하구나!'라고 한다.


내 글을 모두 읽은 지영이와 민경이는 글을 발행하는 지난 2주 동안 '주작이 아니냐?',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어딨냐? 소설이겠지?'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내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지영과 민경뿐 아니라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충고한다.


"덜어내지 말고 더 자세하게 써!", "그런 반응에 신경 쓰지 마! 이건 너 자신을 위해 쓰는 거니까..."


이제와 글을 쓰며 돌아보니 나의 결혼생활은  냄새나고 더러운 쓰레기통 속이었다. 그 안에서 보물 같은 사람을 만나서 쓰레기통에서 데리고 나오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가 쓰레기통에 빠졌고 내가 생각한 그 보물도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였다.     


남들도 결혼 생활은 어렵고 시댁은 더 어렵고 힘들다곤 한다.

난 내 상황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이고 올바른 태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고 너무 늦게 깨달았다. X가 자긴 부모처럼 살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된 것이라고 했다.


 난 그 말을 순수하게 믿고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X는 그런 조용하고 평화로운  집이 스릴도, 자극도 없어서 금세 지겨워진 것이다. 싸우고 던지고 욕하며 과격한 삶이 익숙한 X는  내가 꾸린 가정에 흥미를 잃은 것이다.  X는 지부모보다도 나쁜 인간이었고, 오히려 더 교활하고 비열하게 진화한 괴물이 되었다. 정말 유전자는 대단하고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맞다.


불륜이 알려지고 X는 아이들에게

"네 엄마는 이기적이라 지껏만 챙기고 모성애도 없어서 너희에게 그렇게 엄하게 했잖아. 이 여잔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아서 네 엄마완 달랐어"

아들들은

"우리 엄마가 요?"

라면서 의아해하는 대화를 들으며 난 내가 그렇게 남편과 아이들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에 대한 평가가 이렇다는 것에 배신감이 너무 컸다.

     

나의 결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은 내가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몫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은  X에게 배신을 당하고 아무 말도 없이 바로 집을 나올 수 있었던 용기는 ‘나는 후회 없이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정말 등에 칼을 꽂은, 아니 죽이기 위해 준비하는  X로부터 빠져나와 아니, 쓰레기통에서 나와서 신선한 공기와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그 와중에도 쉽지 않았던 일들도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 재판도 남아있지만, 최소한 나는 나의 결혼에 충실했음을 자부한다.

특히 그런 쓰레기 같은 시부모와 염치없는 시누이에 둘러싸여 악취가 나고 더러움을 묻혀가면서 견뎠던 나의 결혼 생활은 너무도 지옥 같은 삶이었음을 이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 글들을 쓰면서 나에게 닥친 일들에 분노하고 속상해하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내가 그런 끔찍한 시부모를  견디벼텼는데... 내가 버틴 시간동안에도 오로지 상간녀만을 사랑하고 지켰다고 당당하게 고백하는 ”라는 점이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질 수도 있지만, 그런 고생을 시킨 장본인으로서 내게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오히려 돈 때문에 이혼하려 하는 나쁜 년이라고 한다는 이 그의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어떤 집안에서 성장하는가가 인성에 가장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쓰레기통에서 주은 쓰레기는 아무리 닦아도 쓰레기였다.

그래서 나는 버텨야 하고 나의 두 아들들이 시부모와 X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난 나의 결혼생활에 미련도 없고, 할 만큼 다해서 아쉬움도 없다.


28년 동안 고생을 시킨 나를 배신한 X가 너무도 뻔뻔하고 죄책감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미칠 것 같은 분노가 끊어 올랐다.

그저 내 등에 칼 꽂은 놈이 내 아들들에게 칼을 꽂으려는 것을 막을 만큼만 힘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28년간 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상간녀를 지킨  X가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스럽다.


이제 내게 남은 건 두 아들이다. 그중에 첫째 희원이는 가장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서 타깝기도 하지만, 고등학교때가지만해도 날씬하던 아이가 재수와 삼수를 하면서 X로부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80의 키에 110킬로의 초고도 비만의 거구가 되었다. 아무리 건강을 위래서라도 다이어트를 하라 해도 취업도 그렇고 부모의 이혼도 그렇고 스트레스를 음식과 술로 풀기에 쉽지 않다. 한 달 전쯤 희원이가 왔을 때 나는 둘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네 건강이 너무 걱정돼. 지금 상태면 네가 엄마보다 먼저 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늘 있어. 너 잘못되면 엄마는 너 따라갈 거야. 그러니 너뿐 아니라 엄마를 위해 조금만 건강해졌으면 좋겠어!"


둘째 민우는 겉으로는 강한 척하는 허세가 있지만 마음에 상처를 오래 깊이 간직하는 아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상황이 견디기 쉽지 않을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늘 그렇게 이야기한다.

"엄마 난 괜찮아. 나 이런 일에 무너질 사람이 아니야. 난 큰 사람이 될 거라고!"


두 아들이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길 자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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