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깊은 곳에서 만난 우리

요가 지도자과정(TTC) 수련일지

by 아루나 Aruna

2025.10.31.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에 임했다. 그림명상 시간, 내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풀어내보자는 열린 마음으로. 나의 간증 어린 말에, 오늘은 그도 함께 했다.


H 선생님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 보자고 했다. 그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쥐고 다시 위로, 위로, 이 자리로 돌아오라 했다. 손에 쥔 그것을 한번 그림으로 그려보라 했다.


나는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그를 바라보는 나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손 하나를 그리더라도 몇 번이고 자기 손을 반복해서 들여다보고, 연필로 명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런 그를 보며 '하나를 하더라도 참 성의 있게 온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구나' '그래, 그것이 바로 너구나' 싶었다.


지금부턴 그의 이야기.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텅 빈 도시'를 마주했습니다. 그곳엔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주머니 속 십자가 팔찌였어요. 그런데 '아니지, 이건 그렇게까지 소중한 게 아니지'하고 지워버렸죠. 그다음엔 어릴 적 찼던 목걸이가 떠올랐는데 이도 지우고, 돈도 생각났지만 금방 지웠어요."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쥐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그의 이야기.

그의 손엔 그저 스며든 빗물만 남아있었다. 어쩌다 손에 들어온 그 빗물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손을 오목하게 접어서 몇날며칠이라도 그러고 서있을 것만 같았다.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직접 찾아 손에 쥐지 못한 채 그저 어쩌다 손에 스며들어온 빗물이라도, 금방 흘러내려 떨어질 빗물이라도 손에 고이 간직하려고 애쓰는 그가 안쓰러웠다.


처음엔, 그의 손에 고인 빗물이 '돌'로 보여서 대뜸 화가 났다.

'돌이 뭐가 중요하다는 거지?'


과거의 케케묵은 질투심이 떠올라서였을까, 아니면 무엇이 소중한지 당장 답하지 못하는 그에게 '뭣이 중헌디'라고 외치고 싶은 답답함이었을까.


다른 사람이 조약돌을 소중한 것이라고 그린 그림을 보고는 그저 '그럴 수 있겠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거지?'라고 수긍했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내 식대로 해석하는 건 너무 쉬웠다. 나쁜 관성이었다.


나는 그의 마음에 대해선 쉽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짐작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가장 쉽고 편하게, 내 멋대로 대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그를 오랜 시간 만나 꽤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아직도 그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명상을 통해 짐작을 버리고 그의 실제를 봤다. 그의 깊은 마음을 판단하려 들지 않고, 그저 그의 존재와 감정을 그대로 바라봤다.


자기 그림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이 그림이 필요한 걸 덧그리는 시간에, 그는 그의 손 위에 커다란 우산을 그렸다. '그러다 손 굳는다...'는 글과 함께.


그가 흐르는 빗물을 소중하게 손에 쥐고 흘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면,

"그러다 손 굳겠다. 다음에 비는 또 올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주리라.

그러곤 다가가서 세상에서 가장 크고 단단한 우산을 씌워주리라.

나의 모든 판단과 짐작을 걷어내고 너의 손에 고이 모은 빗물까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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