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웬 Jan 14. 2022

인생은 'Give & Take'라고?

세상, 야박하게 살지 맙시다

"그걸 하면 나한테 남는 게 뭐지?"

불쑥 튀어나온 그의 질문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비록 온라인 인연이긴 해도 거의 친형제 급의 친분이라 생각했던 그 형님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을 즐기던 그였기에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라도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주고 멤버들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 같은 것을 해주는 모임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나의 제안에 그가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5년 전에는 그런 일도 있었다.

모 정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뽑는 SNS 기자단에 선정된 나를 두고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거 하면 얼마나 주는데?"

홧김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매사 돈으로만 생각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는 건 머릿속에 없습니까? 돈 받는 거 한 푼도 없어요. 남들 부러워할 만큼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 그게 할 소립니까? 당장 굶어 죽는 사람도 그런 말은 안 할 겁니다."


그는 내게 사람 사는 건 모두 다 'Give & Take'라고 했다. 하나하나 짚어 가며 물고 늘어지려다 참았다. 어차피 'Give'보다는 'Take'쪽으로 기울어진 사람 아니던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주고 안부를 묻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며 시간 내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저 그런 사람 취급하는 것을 여러 번 봤던 터였다.


내가 그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워낙 어렵게 자랐고 혼자서 자수성가하다시피 살아온 인생이기에 물질적인 부분에 민감한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며 가끔 선을 넘는 말을 할 때면 참기가 어려웠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 단순히 'Give & Take'라는 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받은 만큼 당연히 되돌려줘야 하고 누군가에게 준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만큼 받아내야 한다는 게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이 맺는 인간관계가 정상적인 관계일 리도 없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뉴스 머니 S 기사 일부 캡처


며칠 전 군인에게 조롱성 위문편지를 보낸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소문에 의하자면 봉사점수 때문에 마지못해 쓴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고3에게 봉사점수를 미끼로 그런 지시를 하는 학교도 문제고 그렇다고 그 점수를 받겠다고 쓰기 싫은 내색을 편지에 노골적으로 표현한 그 학생도 문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마음, 그것도 진심이 들어가야 한다. 대가라는 것이 마음을 대신해 들어가는 관계는 이미 처음부터 잘못된 관계다. 내가 그 학생 입장이었다면 본인이 쓴 글자 수만큼 진심이 담긴 글을 썼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형식적인 덕담만 해도 된다. 시간이든 에너지든 어차피 비슷한 노력을 하는 것일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썼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그런 편지를 보내서 본인에게 남는 게 과연 무엇일까? 근시안적 사고방식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카운터에 서 있으면 가끔씩 돈 몇백 원에 옥신각신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친구가 뭘 사달라고 할 때 "내가 이거 사 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래?"라고 말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 앱을 통해 송금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친구 물건까지 같이 계산해주는 삭막한 장면을 볼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더치 페이 문화를 탓하는 건 절대 아니다. 가장 합리적인 계산법이니 그 방법을 써야 할 때 쓰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다만, 모든 이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하는 것에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이 없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고 싶을 땐 아무런 미련 없이 주는 거고 받을 때엔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면 된다. 내가 이만큼 받았으니 너도 언젠가는 그 정도로 내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정말 세상은 'Give & Take'가 맞을까? 단순히 해석을 하자면 '주고 받고'의 꽤 괜찮은 뜻인데 어쩌다가 그 의미가 다분히 계산적으로 들리는 건지 모르겠다. 이거 혹시 나만 그렇게 들리는 건 아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 저 쉬운 남자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