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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웬 Dec 29. 2022

떠나가는 2022년, 떠나는 나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떤 글을 썼었나 되돌아보았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작년 이맘때 썼던 글이 나오더군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수정과 퇴고 없이 원테이크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많이 길어질 것 같으니 미리 각오들 하셨으면 합니다.


연말만 되면 항상 짙은 아쉬움이 함께 합니다. 인생이란 게 그렇듯 연초에 마음먹었던 것들이 하나둘 어긋나기 시작하면 전열을 재정비해서 다시 일어서고 또 넘어지는 그런 과정들의 연속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었습니다. 별 다를 것 없는 나날들이었지만 유독 제 마음이 아팠던 것은 작년에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의 브런치 탈퇴 소식이었습니다.


이제는 구독자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하나 둘 줄어드는 그 숫자가 제 글이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탈퇴하신 분 때문에 발생한 일임을 알았을 때의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기만 했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랬으려니 생각하지만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지는 분들을 볼 때면 섭섭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2022년은 그게 가장 아쉽고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아픔을 잊을 수 있도록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고 그분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또다시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만 그 고마움에 제대로 보답을 하지 못한 것 같아 그게 늘 마음에 걸리곤 했습니다. 특히,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에게는 부족하나마 라이킷과 댓글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그저 제 글이 좋아서 조용히 라이킷만 누르고 가시는 일반 구독자분들에겐 딱히 해드릴 것이 없어서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분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짧은 댓글이라도 남겨주셔서 제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 사람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쓴 글을 최소 50편 이상은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번씩 미친 척하고 한 사람을 지정해서 그분이 쓴 글을 집중적으로 읽기도 합니다. 제게도 그런 구독자님이 몇 분 계십니다. 지금까지 제가 쓴 글을 모두 읽으신 분 말입니다. 뒤늦게 구독을 하셨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지나간 제 글을 다 읽으신 그분들께는 특별히 더 많은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저의 작가 소개글에도 썼지만 그런 분이 단 한 분만 계시더라도 저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올 한 해도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많지만 그 인사는 제가 더 나은 글을 쓰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항상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진심을 가득 담은 인사를 드립니다. 내년에는 좀 더 성숙하고 나아진 모습의 아르웬이 되겠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죽기보다 싫어하는 게 글 안에 자기가 쓴 글 링크 거는 것인데 오늘 하루만 그런 만행을 저질러 보려 합니다. 오늘 못다 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 다 들어 있으니 여유가 있으신 분만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읽어보지 않았지만 지금의 제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공동 매거진 <보글보글>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그게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하는 공동의 공간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을을 넘어서며 시간에 쫓겨 억지로 만들어내듯 글을 쓰는 저 자신을 보고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하나로 인해 함께 하는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단 한 분도 붙잡지 않는 것을 보고 이 분들이 내가 그만두기를 기다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평소 그분들이 쓰신 글과 주고받은 대화로 미루어 짐작컨대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더 존중하는 분들이란 것을 잘 알기에 홀가분한 마음을 안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봄, 대내외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동안 브런치를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보글보글>이었습니다. 예상밖의 황당한 주제어가 나오거나 시간에 쫓겨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발행할 때처럼 함께 하는 동안 늘 좋았던 기억만 있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주제에 맞춰 글을 써나가는 도전은 제가 글을 쓰는 데 있어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보글보글>은 저보다 훨씬 훌륭한 작가님들이 제 빈자리를 채워갈 예정입니다. 한참 힘든 시기에 나만 살고자 도망가듯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제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분들이 오신 것 또한 제가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된 배경입니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그리고 내년보다는 더 나은 내후년이 기대되는 <보글보글>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작가님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하나 올려드리고 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제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개별적으로 선물하고 싶었는데 꿩 대신 닭이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들 함께 해주셔서 영광이었고 고마웠다는 말씀드립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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