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확실한 위로: 뜨끈한 국밥과 달큼한 고구마

2025.10.25. 토

by 뽀송드림 김은비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글부터 했다. 밤새 입안에 묵었던 텁텁함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서막은 늘 이렇게 깨끗하게 시작된다.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었다. 바삭함이 눅진함으로 변해가는 짧은 찰나의 식감. 그걸 씹으며 창밖을 보니, 하늘에는 뭉게뭉게 구름이 떠 있었다. 왠지 모르게 한가한 느낌. 그 풍경을 안주 삼아, 미뤄두었던 글 작업을 시작했다.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보다 구름이 흘러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구름 보듯 담담하게 화면을 응시했다.


오전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슬슬 몸을 움직일 시간. 아들은 커트할 시간이라며 미용실로 향했고, 나는 그의 부재를 틈타 시장으로 향했다. '아들은 머리를 자르고, 엄마는 지갑을 자르는 시간'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장의 활기는 늘 재미있다. 흥정과 냄새, 사람 사는 소리가 뒤섞인 공간.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며 장바구니를 채웠다.


미용실 앞에서 아들을 만났다. 시원하게 쳐낸 옆머리를 보니 덩달아 시원해지는 기분. 점심 메뉴는 제육덮밥과 만두콩나물국밥. 맵고 뜨끈한 음식은 영혼까지 위로해 주는 마법이 있다. 밥을 먹으며 오전에 겪은 일들을 시시콜콜 늘어놓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본 것들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채워진 냉장고를 보면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그런데 문득, 모든 것이 정리되고 나니 밀려오는 답답함.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강박 대신, '잠깐 쉬자'는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 결국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동네 골목에서 번데기와 찐 옥수수를 발견했다. 이 조합, 촌스러움의 극치이면서 동시에 가장 정겨운 간식이다. 쪼그리고 앉아 냄비 속 번데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기분이란. 짭조름하고 고소한 그 맛이 지루했던 일상에 작은 파문 하나를 던진다. 옥수수는 두 손으로 잡고 야금야금.


집으로 돌아와 과제를 시작했다. 머리를 쓰는 일에는 당 보충이 필수. 출출해질 미래의 나를 위해 냄비에 고구마를 넣고 삶았다. 고구마 삶는 달큼한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진다.


결국 오늘의 교훈은 단순했다. 삶의 거대한 사건보다 한 그릇의 뜨거운 국밥과 한 봉지의 번데기가 주는 기쁨이 더 즉각적이고 확실하다는 것.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일 먹을 고구마를 준비하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담담한 하루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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