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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Oct 24. 2020

지을까, 고칠까

일생일대의 빅 퀘스천이 눈앞에 던져졌다

사실 집을 지을지, 혹은 고쳐서 살지는 꽤 초반에 정리가 된다. 만약 사실상 거주가 불가능한 건물이(도심 속의 폐가라든가) 있는 땅을 샀다면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적당한 건물이 있는 곳을 샀다면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첫 번째, 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신축.

두 번째, 집의 일부를 철거하거나 변경하는 대수선.

세 번째, 필요한 곳만 부분적으로 수리하는 인테리어 공사.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그 가치의 평가 기준이 좀 다른데, 지은 지 10년 이상 된 단독주택의 경우 소위 건물 값은 매입가에 별로 반영이 안된다고 한다. 거의 땅값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리모델링을 한 지 얼마 안된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그 비용이 일부 매입가에 반영되어 있을 수 있는데, 그 비용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볼 수 있겠다. 리모델링 한 지 얼마 안된 집을 다시 짓거나 고치기 위해 돈을 들이는 건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물론 그 리모델링이 너무 별로일 경우 어쩔 수 없겠지만.


불빛을 바라보며 고민한다. 지을까, 고칠까.


우리는 이 세 가지 중 많은 고민을 했다.


새로 짓는 건 내 취향에 딱 맞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비교 불가의 장점이 있다. 물론 100% 맞출 수 없다는 것이 또 현실이지만, 많은 부분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독특한 외관이나 구조를 가진 집을 원하면 다시 짓는 것이 해결책이다. 혹은 대문을 기존과 완전 다른 방향으로 내고 싶다든가 하는, 기존의 집 구성과 형태, 골조를 완전히 흔드는 결정을 하게 되면 다시 지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다만 신축의 경우   도로 관련된 ‘접도규정'이라 불리는 법규가 있다. 그런데 오래된 주택의 경우에는 가끔 기준에 해당이 안되는 경우가 있고, 불행히도  집이 이런 케이스라면 신규 건축 허가가  나서 곤란해지기도 한다. 새롭게 집을 지을 거라면 건축 설계사를 끼고 하게  것이므로 상세한 내용은 설계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고글: 인복의 결정체, 건축 설계사 고르기)


또 원래 집에는 주차장이 없었다 해도 신축을 하게 되면 세대 수만큼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세대 주택에서 많이 보이는 필로티 구조가 바로 이 주차 공간 확보에 용이한 형태이고, 그래서 하나같이 그렇게들 생길 수밖에 없겠다 싶다. 이 건물 디자인의 몰개성은 건축법 탓인가


그리고 신축은 대부분의 경우,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우린 영끌을 해도 신축을 할 만한 돈은 없어서 결국 포기했다.



대수선의 구조 보강물, H빔


대수선은 내력벽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변경하거나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내력벽은 탕탕, 하고 두드려 봤을 때 주먹이 아픈 콘크리트 벽이다. 안에 뭔가 빈 것 같은 소리가 난다면 세게 때리면 구멍 날 느낌이라면 석고 보드라고 보면 거의 맞다. 사실 집의 구조를 일부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에 이 쪽으로 많이 생각이 기울어져 있었다.


대수선도 그 규모에 따라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도 하고, 신고만으로 끝나기도 한다.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변경의 규모를 좀 줄여서 허가 아닌 신고 수준으로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명칭만 들어도 까다롭게 느껴지는 허가는 아무래도 신고보다 오래 걸린다. 우리도 초반에는 허가에 준하는 규모로 의논했으나,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건축 설계사와 협의해서 여러 번 수정했다.


또한 변경의 규모와 수준에 따라서는 구조 설계 변경 신청도 해야 하고 건물 구조 안전 진단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오래된 건물의 경우엔 안전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내 집에서 깔려 죽지 않으려면 가장 엄격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내가 직접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건축 설계사가 한다.


요즘은 카페 등에서 노출로도 많이 보여지는 H빔으로 보강하는 것이 보통 대수선을 한 건물이다. 어느 정도 수선을 하느냐에 따라서 신축 못지 않게 비용이 들기도 하고, 오히려 신축보다 더 까다롭다고도 한다. 말하자면, 네 보고서를 고치느니 내가 다시 쓰는 게 더 쉽겠다, 이런 느낌이랄까?


2층 바닥을 뚫어서 층고 높이를 확보했다


내부만 고치고 수리하는 것도 많이들 선택하는 방법이다. 기존 건물의 모양이나 구조에 큰 불만이 없거나, 대수선이 아닌 약간의 변화로 전체 공간의 톤&매너를 수정하는 인테리어 공사로 볼 수 있다. 실제 우리가 만났던 건축 설계사 중 한 명이 제안해 준 방법이기도 하고, 아이디어에 따라 공간의 느낌을 완전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대리석과 고급 타일로 온 사방을 도배한다면 또 얘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신축이나 대수선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


이왕 단독주택을 선택하고 매입한 이상 본인의 취향에 맞추어 바꾸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에 신축과 대수선을 택하는 경우를 많이 보긴 했다.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 형태와 구조가 맘에 딱 맞는 집을 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다.


※ 브런치북도 읽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i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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