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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ie Jul 09. 2020

티룸 - 런던 리뷰 북샵

에코백이 인기 있지만 작은 티룸도 있습니다

해외 여행도 못 가고 있는 상황이니 올해 초의 유럽 출장 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팔이를 하고자 한다. 1월, 코로나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 런던에서의 기록이다.

그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퍼질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그 때 다녀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조금만 늦게 출발했어도 회사에서 출장 금지를 당했고, 조금만 늦게 돌아왔어도 자가 격리를 당했을 타이밍.


런던 리뷰 북샵


런던에는 유명한 북샵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 대형 서점을 제외하고 가장 유명한 곳은 '돈트 북스Daunt Books', 그리고 이 곳 '런던 리뷰 북샵London Review Bookshop', 혹은 '런던 리뷰 오브 북스London Review of Books'라고 불리는 서점이다.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서점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규모이지만 특유의 차분한 톤과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은근히 눈길을 끈다. 북샵이 위치한 블룸스버리 지역은 대영박물관도 있지만 대영도서관이나 런던 대학과도 가까워서 전반적으로 학구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대영박물관때문에 관광객은 늘상 북적북적거린다)


이 곳에 갔던 원래의 목적은 에코백이었다. '돈트 북스'도 그렇고 '런던 리뷰 북샵'도 그렇고, 꽤 예쁜 에코백을 팔고 있는데 그게 또 엄청 유명하다. (심지어 돈트 북스는 책을 사면 에코백에 그냥 넣어준다) 크기도 괜찮아 보이고 마음에 들어서 사러 갔다가, 우연찮게 북샵에 딸린 작은 티룸을 발견했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고, 직접 구운 브리오슈나 타르트, 케이크를 파는 귀여운 가게였다. 그 중 눈에 띈 것은 그 날의 브런치 메뉴. 영국이니까 차도 충분히 주겠지. 1인분이라고 해 놓고 찻잔 하나에 티백으로 담아서 내주는 짓은 안 할 거다.


Our Lovely Eat in Menu is On A Table.
Please Take a Seat!


아니, 앉으라고 해 놓고서는 정작 자리가 없잖아! 꽤 인기가 있는 티룸이어서인지 흩어진 자리들에 모두 주인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 나오려는 찰나, 한 테이블이 일어난다. 꺅! 앉자마자 곧 브런치 메뉴를 주문했다. 오늘의 차는 실론인데, 괜찮나요? 물론이죠 :)



두 명이 온 게 아니다. 영국에서는 투 포트를 내주는 방식이 생각보다 흔하다. 하나는 차가 들어 있는 티포트. 충분히 찻잎을 넣어서 잘 우려낸 티를 마시다가, 옆에 있는 또 다른 티포트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서 추가해 마시는 방식이다. 즉 2개의 포트만큼 차를 마실 수 있는 것.


게다가 영국식 밀크티를 위한 밀크 저그도 준비해 준다. 우유는 차가운 우유, 대신 설탕이 있다.

(참고글: 사소하고도 중요한 다구 이야기 - 밀크 저그 / 영국식 밀크티 만드는 법)


함께 나온 오늘의 메뉴는 와플과 샐러드였고, 와플 위에는 치즈와 베이컨이 얹혀 있었다. 단짠의 조합이긴 하지만 난 사실 베이컨과 와플이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각각은 맛있었지만 조합은 글쎄.


그러나 차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잘 우러나 있었고, 조금 진하다 싶으면 우유를 부어서 마시다가 연하게 마시고 싶으면 물을 추가해서 더 우린다. 심지어 내가 꽤 열심히 마시고 있다 싶었는지 직원이 말했다.


뜨거운 물이 부족하면 언제든 얘기해. 더 가져다 줄게.


약간 감동이었다. 국내에서 차를 주문하면 일단 티포트에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고 - 전문 티룸 정도에 가야 티포트가 나온다 - 나온다 해도 이미 키친에서 적절히 우린 후 정해진 양만 넣어서 나오지, 이렇게 알아서 우려 먹도록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니, 사실 난 한 곳도 못 보았다. (요청하면 뜨거운 물을 더 주는 티룸은 있었다)


그건 아마도 국내의 티 문화가 인색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우리면서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차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티룸 나름대로는 최선의 맛을 고객에게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겠지, 생각한다.


차에 너그러운 영국이라, 출장 내내 이런저런 차를 많이 마셨더니 기분이 항상 좋았다. 가벼운 카페인의 영향일까. (그리고 화장실도 많이 가야만 했다)


p.s. 참고로 여기의 유명한 에코백은 이것. 튼튼하고 크고 좋은데, 세탁하면 색깔이 구려진다는 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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