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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l 05. 2020

사소하고도 중요한 다구(茶具) 이야기

티웨어(Teaware)의 세계

다구(= 차에 관한 도구) 중 차를 우릴 때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찻잔이 예뻐서 샀을 뿐인데 에서 쓴 적이 있다. 이것만 있으면 제대로 차 마시는 기분을 내면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티타임을 좀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줄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으면 더 재미가 난다.


영국의 티타임, 특히 애프터눈 티타임에서의 불문율이 있었다고 한다. 정치, 타인의 험담, 남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피할 것. (아니,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보면 차를 마시면서 하는 게 거의 남 험담이던데?!) 


그래서 주로 날씨 이야기나 새로 구입한 도자기, 티테이블에 얹혀져 있는 장식품들이나 꽃을 포함한 식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좀더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다구 이야기.


Level 4. 밀크 저그


뒤쪽의 밀크 저그가 좀더 전통적인 모양이다.

밀크 피처, 혹은 크리머라고도 부른다. 입구가 우유를 잘 부을 수 있게 살짝 뾰족하고 길다. 시럽을 붓는 저그와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시럽 저그가 좀더 작고 입구 길쭉한 부분이 짧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럽 저그에 우유를 담아주거나 하는 곳도 많이 보았다.


영국식 밀크티를 만들 때는 있어야 하는 필수적 다구. 우유팩에서 그냥 부어도 무관은 한데, 밀크 저그가 없으면 우유를 데우기가 쉽지 않다.


(※ 영국식 밀크티 만드는 법: 99% 성공하는 밀크티 레시피 참고)



Level 5. 티 메저 혹은 저울


티 메저(좌, 중), 저울(우)


베이킹만큼은 아니지만, 차를 우릴 때도 어느 정도 용량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런 도구가 없다 해도 대강 잴 수 있는 방법은 이전에 쓴 적이 있지만 (참고글: 내가 끓이는 홍차가 떫은 이유), 보다 정확하게 재는 것도 맛있는 홍차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티 메저는 한 스푼 가볍게 떴을 때 거의 3g 정도가 나오는 (요술의) 도구인데,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얼추 용량이 맞는 편이라 잘 활용할 수 있다. 보다 정확하게 재고 싶다면 저울을 사면 된다. 보통 많이 사용하는 저울은 포켓형 저울로, 1kg까지 잴 수 있고 소수점 이하 2자리까지 나와서 편리하다.


Level 6. 티 캐디, 티 박스


조나단 아들러의 티 캐디, 진짜 프로작이 아니다(좌), 카렐 차펙의 티 박스(우)


티 캐디(tea caddy)는 원래 잎차를 보관하는 용도의 티 전용 상자로, 《오만의 편견》의 저자인 제인 오스틴의 글에도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차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차는 워낙 고가였고 귀중품 중 하나로 취급되어 다른 식재료와 달리 여주인이 직접 관리했다. 티 캐디에는 열쇠가 달려 있어서 잠글 수도 있었고, 보통 티 캐디 내부는 녹차와 홍차를 담는 두 부분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각자 따로 마시기도 하고, 녹차와 홍차를 섞어서 마시기도 했다고 하니 일종의 현대적 개념의 '블렌딩 차'라고 볼 수 있다. 당시의 티 캐디는 일종의 고가품을 자랑하는 도구로도 활용되었다.


그러나 요즘의 티 캐디는 그런 기능보다는 차를 잘 보관하는 용기로 본다.

차는 워낙 주변의 냄새, 향기, 습기에 민감한 재료이기 때문에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고, 보통 판매되는 제품은 틴에 들어 있거나 밀봉되어 있다. 밀봉된 팩에 든 차는 일단 뜯고 나면 티 캐디에 넣어서 보관하거나, 실링기(sealing) 등을 활용해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히 티백을 보관하는 정도라면 꽉 닫히는 티 캐디가 아니라 티 박스라도 무난.



Level 7. 티 코지, 티 매트


이 정도 되면 웬만한 다구는 다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래 시계나 슈가볼도 있긴 하지만, 그건 상대적으로는 부차적인 아이템인 셈.


벨 스타일 티 코지(좌), 크로셰 티 코지(우)


티 코지는 Cozy, 즉 '포근한' 이라는 뜻으로 티 포트의 온도를 보온해 주는 일종의 담요(!) 혹은 옷(!)같은 개념이다. 대학로의 '해마 티룸'에 가면 꽤 귀여운 티코지를 티포트에 함께 내준다.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는 벨(bell) 스타일로, 모자로도 쓸 수 있을 듯한(...) 티 코지인데, 패치워크로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 크로셰(Crochet, 코바늘 뜨개질)로 만든 제품도 아주 귀여운 것들이 많다. 토토로 모양이라든지, 티 포트에 입힌 가운 모양이라든지, 숨어 있는 덕후 기질을 자극하는 창의적인 제품들로 가득하다.


티 매트는 보통 코스터(Coaster)라고도 많이 부르는 컵받침이다. 일반적으로는 머그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찻잔은 소서 - 찻잔과 세트로 나오는 컵받침은 소서Saucer라고 부른다 - 가 있으니 티 매트를 사용할 필요가 별로 없어서다.


티 코지와 티 매트는 차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티 코지는 말할 것도 없지만, 티 매트도 차가운 테이블의 온도때문에 차가 쉽게 식는 것을 막아준다. ...그렇다기보다 요즘은 그냥 예뻐서 많이 쓰는 듯.



이렇게 다구를 갖추고 나면, 나만의 티테이블을 보다 예쁘게 꾸밀 수 있다.


가난한 자의 티테이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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