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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Oct 06. 2020

월세 말고, 에어비앤비

주택에서 수입을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

원래 단독주택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서 살고자 마음 먹었을 때는 현금 흐름, 즉 월세를 받는 것에 대한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었다. (참고글: 어떻게 단독 주택을 살 생각을 했어?)


 면적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로 지을 경우 층을 좀더 올릴  있었고, 층이 높으면 건물의 가치가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신축을 하기에는 아예 돈이 모자랐다. 여러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서 주택 매입비와 리모델링 비용을 겨우 맞춘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우리는 현재 가지고 있는 주택에서 어떻게 하면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세입자를 받는 것이었는데, 그로 인해 예상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과연 이게 최선일까, 유일한 길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친구 J에게 '에어비앤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때는 한창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한국으로 여행 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시기였고, 공유 숙박의 대표격인 에어비앤비를 부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 월세로 빌려서 에어비앤비로 내 주고, 업체에 돈 따로 주고 관리하면 청소 문제도 없어. 넌 심지어 남는 방이 있으니까 월세가 나갈 일도 없잖아. 세입자 받는 것보다 훨씬 나을걸, 한 번 해봐! 」


대강 계산을 해 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소 마뜩찮아 하는 Y를 데리고 '에어비앤비로 부업하는 법'이나 '내 집 없이 에어비앤비로 돈 버는 법'같은 클래스를 찾아다녔다. 물론 책도 여러 권 읽었고,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해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세입자 받지, 뭐.




에어비앤비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여기에다 또 그 내용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준비했던 과정은 은근 복잡해서 별도의 글로 써야 할 지경.


몇몇 조건을 충족하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정식 사업자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서 등록증을 받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거의 운영을 중단한 지금까지도 서울시에서 가끔 소독제나 공지 포스터 등이 무료로 보내져 온다. 다만 외국인만 숙박이 가능하고, 내국인을 받다가 적발당하면 경고를 받거나 벌금을 물 수 있다.


혹시라도 등록을 하기 위해 조건을 상세히 따져 보면 느끼겠지만, 그리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에어비앤비가 불법, 혹은 미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인기 지역(홍대, 이태원, 강남)은 불법 숙소 단속이 정기적으로 있기도 하다. 도심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사실상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주거 형태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모드 화면. 등록하고 나면 리스트에 나의 숙소 상태가 뜬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등록하고 났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린 지 30분만에 덜컥 예약이 들어왔다. 'OO requests to stay from ..' 으로 시작되는 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우리는 무조건 '승인 후 예약'으로 설정해 두었기에 모든 예약이 '요청' 상태로 들어왔다.


와, 첫 손님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승인'을 누르고, 채팅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직 '오시는 법' 등의 매뉴얼도 준비해 두지 않은 상태였기에 하나하나 채팅으로 설명으로 하고, 조심해 오시라는 인사로 마무리했다. 어찌나 떨리던지, 혹시 집에 문제는 없을지 다시 한번 체크하면서 첫 손님을 기다렸다.


손님은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조용했고, 2박을 머문 후 조용히 떠났다. '잘 머물다 갑니다, 고마워요' 공손한 메시지를 받고 에어비앤비 룸으로 내려가 보니 누가 쓰고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 간단히 뒷정리를 하고, 침구를 세탁하고, 그 때 또 들어온 다른 예약을 승인했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 뒤에 우리가 맞았던 수많은 게스트를 떠올려 보면, 우리의 첫 손님이 정말 괜찮았기에 우리가 이 숙박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Y도 나도, 노동력을 제외한 무언가를 팔아본 적이 없는 사업 초짜들이었기에 사실 꽤 무서워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올지, 혹시 험한 꼴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지. 하지만 우리의 첫 손님 M은 소위 '엔젤'이었기에 '음? 생각보다 괜찮네'하며 에어비앤비를 계속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뒤에 이어 온 최고 진상객


그리고 숙박비 정산은 빠르면 사흘, 혹은 일주일 안에는 등록한 계좌에 입금된다. 비정기적으로, (숙박객수, 머문 기간에 따라) 크고 적은 금액으로, 그러나 꾸준히 계좌에 꽂히는 돈의 맛을 보면 웬만한 진상은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게 된다.




꽤 오랜 기간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우리는 꽤 많은 숙박객을 경험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에어비앤비를 찾는 것이 단지 관광객들 뿐일 거라는 생각을 했기에 '홍대도, 이태원도, 강남도, 종로도 아닌 이 곳까지 누가 올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의외로 에어비앤비의 수요는 다양하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숙박객은 OO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미국인 여학생 두 명이었다. 주변에 여러 대학교가 있고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라 학생 수요가 많았다.


보통 교환학생들이 에어비앤비를 찾는 경우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잠시 근처에 머물면서 기숙사 입주를 기다리는 시기, 혹은 학기가 다 끝나고 나서 기숙사에서는 나와야 하지만 한국 여행을 좀더 한 후 귀국하고 싶어하는 때다. 우리 집에 머물렀던 미국인 여학생들은 후자의 케이스였는데, 한국에서 산 옷가지가 너무 많아서 채리티 샵에 맡겨 달라고 요청하고 떠나기도 했다.


의외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용히 머물고 갔던 중국인 손님들이 수줍게 남긴 '시아준수' 형광봉을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다. (왠지 중국으로 택배 보내달라고 할 기세였다)


큰 공연장이 근처에 있는 경우, 특히 K-POP 공연이 있는 특정한 기간에는 갑자기 숙박 요청이 폭풍처럼 몰린다. 당시에는 얼떨떨해서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유명한 모 가수의 공연이 근처에서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물건 사입을 위해 오는 손님들은 주로 밤에 활동한다. 동대문 종합상가 등에 가서 새벽에 물건을 사 오고 - 아니 대체 도매가로 떼 오는 방법은 어떻게 안 거지 - 낮에는 거의 자거나 물건을 재포장해서 본국으로 보내는 것 같았다. 머무는 며칠 간 워낙 종이 상자를 많이 내놔서 한동안 폐지 줍는 할머니께서 우리 집 근처를 집중적으로 배회하시는 모습이 목격될 정도였다.


물론 동네가 핫하지 않을 뿐(...) 우리 동네도 서울 도심이기에 관광객의 비중도 높았다. 그런 경우를 위해 숙소에서 주요 관광지까지의 거리나 교통을 정리해 놓은 매뉴얼을 준비하기도 했다. 문의해 오는 관광지를 보면 요즘 어디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핫한지를 알 수도 있다. 전통적 강자는 강남, 이태원, 홍대이고 잠실도 많이 가는 편이었으며 어떻게 알았는지 을지로 골뱅이 골목과 익선동을 찾기도 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숙박객이 떠난 자리에는 엄청난 쇼핑 상자들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그래, 한국에서 돈 많이 쓰고 갔구나 - 흐뭇해하며 상자를 순순히 치우곤 했다.




물론 좋은 숙박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특성상 쓰레기 분리 수거가 매우 엄격한 편인데, 외국인들에게는 그 분리 수거가 매우 낯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쓰레기 봉투 하나에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다 쑤셔 넣어서 곱게 버려두고 가곤 한다.


그대로 쓰레기를 내놓으면 당연히 수거를 해 가지 않거나 심지어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가 다시 분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Y의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온 사방에 공지를 써 붙여서 음식물 쓰레기는 그래도 분리를 어느 정도 하고들 갔지만, 일반과 재활용을 제대로 분리하는 숙박객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동네의 특성에 따라서 세입자를 유리하게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있듯이 에어비앤비도 성수기가 있다. 대표적인 성수기는 연말로,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새해까지가 숙박비가 높아지는 시기다. 하지만 이 때는 동시에 기대치가 높은 까다로운 숙박객, 혹은 파티를 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찾는 숙박객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숙박 금액을 올려 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기물이 망가지거나 집이 엉망이 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연말의 충격적 손님을 한 번 받아 본 후 연말엔 오히려 운영을 닫아놓거나 2주 이상의 오랜 기간을 묵겠다는 손님만 받는 식으로 운영했다.




사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해 본 결과, 세입자를 받는 것보다는 훨씬 수익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실제 운영비인 청소용역비, 각종 공과금, 소모품비가 들어가지만 임대로 받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제하고도 꽤 수익이 괜찮은 편이긴 해서 초보가 부업으로 하기에 좋다.


우리는 조금 늦게 시장에 뛰어든 케이스라 우후죽순 생기는 경쟁업체(?)들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큰 이점이 있어서 나쁘지 않게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 지쳐서 잠시만 쉬기로 했던 2020년 1월, 갑자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숙박객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자가격리'를 원하는 요청과 문의만 지속적으로 들어와서 정상 운영이 어려웠다. 게다가 '공유경제'와 '언택트' 트렌드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고, 사업의 전망이 다소 불투명해졌다.


우선 에어비앤비는 잠시 보류해 두고, 그렇다면 어떻게 이 공간을 쓸까. 우리의 고민은 또 시작되었다.


그 고민의 결과는 '서울 옛동네 단독주택 살기' 매거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oldseoul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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