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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Sep 21. 2020

초보 임대인 체험 수기

아니, 우리 세입자가 그럴 리가 없어요

집을 산 이후로 약 9개월 동안의 고통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당당히 집에 입주했다. 우리가 거주하는 곳은 집의 1-2층이었고, 90년대 지어진 건물답게 반층 아래로 내려가는 반지하실이 있었다.


처음부터 세입자를 받아 월세로 '현금 파이프라인' - 당시 열심히 읽던 재테크 책에서 강조하던 단어이다 - 을 구축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었던 우리,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반지하실을 고치자 마자 어떻게 하면 적정한 가격에 좋은 세입자를 빠르게 구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참고글: 어떻게 단독주택을 살 생각을 했어?)


우선 우리 집을 구해줬던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공교롭게도 대학가의 상반기 세입자 돌풍 시즌이 지나간 다음이라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세입자 집단은 직장인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한 부동산만 의지하고 있을 수 없어서 직방 플랫폼에 집을 올렸고, 얼마 안되어 세입자가 구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래는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세입자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에피소드이다.




두 명의 유순해 보이는 젊은 남자들은 인상이 편안해 보였고, 그 인상과 같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넷 통신이나 에어컨을 설치할 때도 미리 허락을 구했고, 월세를 밀리는 일도 없었으며, 반반 내고 있는 수도세도 꼬박꼬박 잘 입금했고, 방문자가 많지도 않았다. 때로는 우리가 시골에서 받은 과일이나 먹거리를 나누어주기도 하면서 크게 문제 없이 잘 지냈다. 아니, 잘 지낸다고 생각했다.


할리데이비슨이었던 것 같다. 자랑하려면 낮에 하라고!


언젠가부터 밤만 되면 오토바이 소음이 온 동네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정 즈음, 분명 머플러를 불법개조하는 작업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의 시동 거는 굉음에 깜짝 놀라 깨는 일이 잦았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어서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그 소음의 출처는 정확히 눈에 띄지 않았다.


계속 고통받던 어느 날, 집 근처의 전봇대 옆에서 한 명의 가죽점퍼 및 몇몇 젊은 무리가 오토바이 근처에 모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저놈들이구나! 같은 생각을 한 동네의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은 상당히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왔지만 그들은 경찰이 오는 것을 눈치 채고 바람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갔다.


잠을 설친 덕분인지, 다음 날 비몽사몽 출근하고 있던 우리에게 이웃 가게 사장님이 슬쩍 말을 걸었다.


「 저기 저 전봇대 옆 오토바이 그 댁 거에요? 」

「 아뇨, 저흰 오토바이 안 타요. 어젯밤에 시끄럽게 굴던 그 오토바이 아닐까요? 너무 시끄러워서 저희도 깼거든요. 」

「 아, 댁에서도요?  」

「 네, 저희 세입자도 오토바이 타는 분들 아닌 것 같고요. 」

「 ..세입자가 있어요?  」


뭔가 깨달은 듯 이웃가게 사장님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날 밤, 아니나다를까 또 굉음이 굉굉굉, 하며 울렸다. 우리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또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멀리서 경찰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경찰차의 소리가 들리자 그들은 익숙한 듯 재빨리 숨었다.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와 아래층으로.


그 때의 충격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그리고 동네 주민들에게 약 한 달 간의 비정기적인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이 우리 세입자의 친구들이었다니. 여태까지는 집 근처가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오토바이를 가지고 놀면서 떠들고 있었기에, 우리 집에서 묵고 있는 사람들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한 거다.


생각해 보니, 이웃가게 사장님은 이미 그 전에 오토바이의 주인들이 우리 집으로 숨는 것을 보았을 테고, 그래서 아마도 그 소음의 출처가 '저 젊은 부부겠거니' 의심했던 것 같다. 망설이다가 우리에게 상황을 떠보았고, 세입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반쯤의 확신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청년들은 세입자로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고, 오토바이 사건도 우리가 언질을 주기 전에 종료되었다. 경찰에 계속 신고를 당한다는 걸 안 친구들이 방문을 조심한 건지, 그 날 밤 이후로는 더 이상의 소음은 없었으니까.


다만 얼마 되지 않아 세입자들은 '사정이 생겼다'며 집을 빼겠다고 했고, 집을 원래대로 복귀시키고 청소를 간단히 하고서는 보증금을 받아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마도 친구에게 빌려줬던 물건을 받으러 온 듯한 가죽 점퍼를 만났다! 분명 그 날 밤 어둠 속에서 보았을 때는 꿈에 나올까봐 무서울 정도였던 그였다. 외모 편견 작렬


「 혹시 OO씨 친구분이신가요? 그 쪽으로 우편물이 하나 왔던데 전해 주시겠어요? 」

「 아,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렁차게 대답하면서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물건을 곱게 챙긴 후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저 청년이 분명 내가 밤에 봤던 그 사람이 맞는가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왠지 그 이후에는 세입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입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산다는 것이 적어도 우리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파이프라인을 위해서는 이 아까운 공간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월세 말고 에어비앤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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