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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Nov 23. 2020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단독주택의 방법

지난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 Y는 「 단독주택 사려는 경쟁자를 없애려고 쓴 글이야? 」라고 물었는데,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니다.


단독주택에서 산 지 이제 곧 5년 차로 접어들면서, 우리 부부의 집에 대한 마음도 마치 오래된 연애를 하는 연인들의 그것과 비슷해져 갔다. 이런저런 부정할 수 없는 단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나에겐 네가 최고야. 물론 오래된 연애의 어떤 결과처럼, 단독주택 생활을 못 견디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팔지 못해 계속 사는 사람처럼 떠나지 못해 연애하는 사람도 있지


그러다 보니 조금은 차가워진 머리와 다소 쌓여 온 경험치로, 단독주택 라이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써 보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주택 생활에 대해 더러는 과장되고 때로는 정확한 우려를 해 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연재해에 관한 것이었다.


아니, 비단 주택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산다는 것은 꽤 호된 각오를 필요로 한다. 서울은 겨울에는 영하로 내려가고 (모스크바보다 때론 춥다지?), 여름에는 도심 밀집 효과의 기운을 받아 36~37도까지 올라가는 도시이다. 눈도 내리고, 장마도 태풍도 항상 영향권에 속한다. 서쪽에 위치해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나마 높은 강도의 지진이 없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는데 요즘은 꼭 안전해 뵈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관리인이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달리, 조그맣게  있는 작은 집을 재해로부터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고독하구먼 그래서 여름 장마철과 겨울철에 우리 집은 소문나지 않게 조금씩 바빠진다.


장마철의 가장 큰 걱정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다. 사실 이 부분은 집을 매매할 때부터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데, 일단 주변 동네에 비해 지대가 낮은 곳은 조심해야 한다. 사려고 하는 동네의 '상습 침수, 침수 취약 지역' 여부를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대가 낮고 상습 침수 지역이라고 해서 꼭 매매하면 안 되는 건 아닌 것이, 강남역 일대는 주변의 논현/학동의 물이 다 밀려드는 상습 침수 지역이다(...)


20년 8월 강남역. 그래도 돈 있으면 사야 하는 곳. (출처 경향신문)


특히 반지하가 있는 주택의 경우 집중호우가 심할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걱정이 된다. 혹시라도 세입자가 있을 때 침수되거나 하면 그 피해가 굉장하기 때문. 다행히 우리 집은 비가 내려도 반지하 쪽으로 유입될 수 있는 물의 양이 적게 설계되어 있고, 물 빠지는 곳도 잘 되어 있어서 피해를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자다가 문득 일어나 밖을 체크하게 된다.


문득 <기생충>이 떠오르는데, 상당히 낮은 지대의 반지하 집이 집중 호우를 당하면 영화 속 침수 장면도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주변의 쓰레기가 밀려와 하수구를 막지 못하도록 근처를 청소해 두는 것도 필요하고, 비바람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KT 등에 연락해 미리 전봇대의 폐전선을 정리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름에 비해 겨울은 좀 다른 종류의 자연재해가 기다리고 있다. 일단 난방비다. 처음에 단독주택에 살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입 가진 자들은 다 「 단독주택 춥지 않니? 」라고 물어 왔는데, 그것 때문에 오기가 생겨 난방과 단열에 많은 투자를 했다. (참고 글: 단독주택 고치는 데 얼마가 듭니까? / 집 고치다가 남편이 울었다)


덕분에 복층 구조를 감안하면 보일러를 빵빵 틀어도 그리 난방비가 높지 않은 편이지만 (겨울이면 8~10만 원 내외), 기본 투자비가 들어가고 집이 노후할수록 단열 기능도 떨어진다는 문제는 있다.


또한, 서울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집 주변을 관리해야 한다. 예전에는 눈이란 '내가 자고 있는 사이, 혹은 일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치워 주는 것'이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 새벽에도 나와서 제설 작업을 해 주시는 공무원 혹은 협력 업체 청소의 요정의 노고로, 적어도 출근길에는 눈이 어느 정도 치워져 있는 길을 조심조심 걸으면 되었다.


그러나 내 집, 특히 단독주택을 갖게 되면 그전까지는 모르던 의무가 생긴다.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조례가 그것. 건축물 관리자가 주변 도로를 치워야 하는 임무가 있고,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 겨울만 되면 캠페인에 나선다. 다만 그 제설 작업을 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ㆍ제빙에 관한 조례

실제로 눈이 많이 내렸던 17년 겨울, 몸이 좀 아팠던 관계로 며칠간 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어느 날 문을 여니 대문과 현관 사이 작은 마당에 잔뜩 눈이 쌓여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고, 아무도 치우지 않아서 놀랍도록 하얗고 깨끗한 눈이었다. 그 폭신해 보이는, 정갈한 하얀 눈의 담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진짜 우리가 안 치우면 치워주는 사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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