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싫어서 심장이 뛰어요
유난히 출근이 긴장되는 날이 있다. 특별한 것도 없는 어느 평범한 날 불현듯 찾아오는 이 감정은 늘 적응 되질 않는다. 터덜터덜 집을 빠져나와 운전대를 잡고 길-게 심호흡 몇 번. 회사로 향한다.
며칠 전 봤던 유 퀴즈에서 김고은 배우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첫 작품 '은교'가 잘 된 후 그렇다 할 계기가 없는 데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그녀. 작품이 잘 됐으니 맘껏 누리거나 한 템포 쉬어갈 법도 한데 '그래서 뭐? 이럴 때마다 작품 그만할 거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작품 하면서 이겨내' 라며 본인을 채찍질했다고 한다. 희고 말간 얼굴에 은은한 어둠이 비치는 게 스스로를 다그치는 성격 때문에 그랬나 싶다. 난 사실, 본디 타고난 것들이 많아 티 없이 맑은 사람들보다 이런 사람들을 사랑한다. 전우애 같은 감정일까. 이 험한 세상 함께 맞서 싸워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 무튼, 그녀의 말은 내 모든 감정과 기운이 바닥을 칠 때 되새김하게 된다. 그래서 뭐? 퇴사할 거야? 그러고 뭐할 건데?
이 두려움의 근본적인 원인들에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업무를 맡은 지 이제 막 2달이 조금 넘어서일까,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악성민원 때문일까. 모든 것이 복합적인 것 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나에게 있단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주 5일 카페 마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늘 그렇듯 빨리 도착해 매장 앞에 멍하니 앉아 있던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아... 가기 싫다...' 그때의 감정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걸 보면 나의 성향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이 아닐까. 사실 세상의 모든 밥벌이는 힘든 게 맞는 거잖아..
직장을 가진 이후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목표를 잃고 보니 흘러가는 대로 살아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크고 작은 목표를 세워보지만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휴가에만 진심이게 되는 부분.. 소속감과 안정감을 가지는 것이 누구보다 절실했던 취준생 시절. 서류 탈락에 울고 웃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어딘가에 소속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사람이란 존재가 참 간사하다 느껴진다.
내가 이 직업을 가짐으로써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비교우위를 따지게 된다. 한 때 나에게 가장 큰 가치였던 안정감과 소속감은 만족. 그러나 비연고지 배치로 주말 내내 한마디도 안 한 걸 깨달았을 때 느끼는 약간의 외로움은 덤. 그래도 내가 가족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단 생각이 든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오늘도 괴롭고 내일도 괴로울 것 같지만 49:51로 밥벌이의 삶 간신히 승. 출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