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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Nov 03. 2023

한결같은 사람

며칠 전 회식자리에서 H팀장(좁게는 다른 회사, 넓게는 같은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다 같이 일을 하게 되면 항상 트러블이 발생하곤 했던 사람이었다. 몇 달 전에는 급기야 우리 팀의 직원과 한판 붙기까지 했다. H팀장과 얽힌 각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중이었다. 

그때 팀원 한 사람이 H팀장이 본인의 상사와 싸우는 걸 몇 번 목격했단 이야기를 했다. 우리(어쨌든 외부사람)를 대하는 태도와 본인의 직속 상사 및 본인 팀을 대하는 태도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 '아 이 사람은 위아래가 없고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 한결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자 H에 대한 반감이 좀 수그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본 그 무례한 모습을 그대로 상사에게까지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좀 대단한데?'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역시 내가 제일 싫다고 느끼는 건, 그냥 애초에 예의 없고 애초에 못돼 먹은 사람보다도, 얼굴을 바꾸는 사람인가? 하는 깨달음까지. 뭐 그렇다고 H와 계속 일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조금 덜 싫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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