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Nov 14. 2023

우리의 과거, 당신의 현재

며칠 전 점심시간에 4명이 김치찜을 뿌시러 출동했다. 점심을 함께한 동료 중 한 사람의 인생 맛집이었다. 우리 모두는 맛을 본 뒤, 인생맛집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김치찜을 뿌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4명은 공교롭게도 재작년(나), 작년(그 자리에 두 명), 그리고 올해(나머지 한 명)에 A라는 팀장님과 일했던 사람들이었다. 즉, A팀장의 전현직 직원들이 모인 자리였다. 


A라는 팀장님은 조금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인가? 하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온화한 인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웃상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내가 A와 함께 일하게 되자, 옆팀의 누군가는 내게 "천사 같은 분이랑 일하니 잘됐네"라고 말했었다. 막상 함께 일하게 되자, 그가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냥 옆에서 보면 '걱정은 좀 많지만 꼼꼼한 사람이다'정도로 평가될 수 있겠지만, 그에게는 그런 평범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A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누군가가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데, 빈대를 잡긴 잡는다는게 문제에요"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굉장히 통찰려있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보지 못한 빈대를 잡긴 잡는다. 초가 삼간을 다 태워서 문제지만.


문제는 A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A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박장대소를 하고 심지어 A를 귀엽다고까지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A로 인한 힘듦은 A를 정말 겪어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A의 전현직 직원들이 모였으니, A의 피해자 모임 성격의 점심 수다가 이어졌다.


나를 포함해 전직 직원들은 A의 힘듦을 이미 벗어난 상태이다 보니, 과거의 에피소드를 실제 겪었을 당시 그 당혹스러움은 많이 잊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 에피소드가 재밌고 황당한 사건 정도가 되어있었고, 식사를 하며 엄청 웃게 되곤 했다. 그 자리에서 현직 직원인 B는 "저는 웃을 수가 없네요."라고 말하며 웃퍼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과거, B에겐 현재로, 큰 온도차를 확인했다. 웃픈 B에게 우리는 위로를 건넸다. 언젠가 B에게도 과거가 될 것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한결같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