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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Nov 28. 2023

샌드위치 지옥

내 샌드위치의 단가는 얼마일까

시작은 '채소를 많이 먹어야겠다'는 식생활에 대한 일종의 결심이랄까?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 당근라페를 만들게 되었고 또 그러다 보니 당근라페를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게 되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니 더 맛있게 만들고 싶어 졌고, 코스트코 회원인 회사 사람을 따라가 이런저런 치즈들을 사 오게 되었다. 노란색 체다치즈, 슬라이스 한 브리치즈, 그리고 크림치즈와 과일치즈까지.


그 사이, 다른 채소로도 라페(길게 채 썰어 담근 샐러드? 절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양배추와 양파로도 도전하게 되었다. 당근라페도, 양배추라페도, 양파라페도 다 성공적. 자꾸 만들다 보니 레시피대로 계량도 하지 않고 대충 섞어 만들다가 급기야 당근과 양파 그리고 양배추를 같이 넣고 만들게 되었다. 양파의 매운맛은 거의 사라지고 상큼한 맛을 더해 더 맛있어졌다.

이렇게 만든 3종 라페를 또 소진하려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샌드위치도 만들다 보니 점점 더 요령이 생기고, 단짠을 맞추기 위해, 한쪽 빵엔 무화과잼도 바르기 시작했다. 이제 샌드위치는 뭐랄까 맛이 없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소 3종류의 치즈와, 2종류의 햄, 3종류의 라페, 거기에 에그 샐러드, 그리고 무화과잼까지.


그러다 라페에 화이트 발사믹을 넣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된 나는 화이트 발사믹 직구에 도전한다. 마침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서인지 세일한다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화이트 발사믹까지. 나는 어마어마한 파생소비의 대가로, 엄청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내용물은 이제 된 것 같고... 이제 샌드위치 빵을... 탐험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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