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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Nov 28. 2023

누나... 세 번은 권해야죠

이번 여수 여행은 친구네 강아지 2마리도 함께 동행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여행지에서도 일찍 눈을 떴다. 아침에 근처 커피숍을 가서 커피나 길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는데, 내 기척을 들은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아침인사를 격하게 했다. 내가 옷을 주섬주섬 입자 강아지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커피 사러 같이 다녀올까 해 "산책 갈까?" 했더니 한 마리는 흥분해 난리였지만, 다른 한 마리는 어쩐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네스를 채우고 리드를 챙기고 똥봉투도 챙겨 숙소를 나서려는데, 그 복잡한 표정의 강아지는 식탁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산책이 가기 싫구나~ 하고 한 마리만 데리고 커피를 사러 나갔다. 


여수의 바다는 잔잔하고 아늑했다. 바다가 보이는 아침 산책길에 강아지도 신이 나는 듯했다. 기분 좋게 커피를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아까 따라 나오지 않았던 강아지가 문 앞으로 달려 나와 나를 반겼다. 그런데 이어지는 친구들의 이야기. "야, 네가 멜로만 데리고 나가서, 라테가 성질 나서 장난 아니었어."


오? "라테가 안 따라온 건데?" "야. 라테는 안 간다 그러면, 가자고 그러고, 그렇게 밀당하는 걸 좋아한단 말이야. 적어도 세 번은 물어봤어야지. 딱 한 번 튕겼는데, 진짜 안 데리고 나가서 개충격 받고 엄청 성질냈어." 아하... 내가 몰라줬다. 충청도 화법을 쓰는 아이였다. 미국출신 강아지인데. 


다음날 아침 나는 또 일찍 눈을 떴다. 근처 김밥 맛집이 있어, 아침으로 김밥을 포장하려고 나서려는데, 오늘도 강아지들이 반겨준다. 오늘은 마음이 복잡한 충청도 화법의 강아지 라테를 꼭 챙겨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산책 갈까?"물었더니 라테는 내가 또 안 데려갈까 걱정이 됐는지 바로 현관에서 대기한다. 오? 다시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둘째 날 아침은, 두 마리와 함께 아침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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