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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Mar 05. 2024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습니까?

1년에 한 번 하는 병원 검진이 다가온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슬개골이 탈구되어 수술을 했는데, 그 뒤로도 한 번 크게 넘어져 또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땐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그 뒤로 매년 한 번 검진을 받는다. 걷거나 뛰고 일상생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회전 동작을 한다든가, 스쿼트와 비슷한 종류의 자세는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받곤 한다. 


대학병원 진료는 예약을 했더라도 딱 예약한 시간에 진료를 받기가 어렵고, 저기 가서 엑스레이 찍고, 여기 와서 다시 접수하고, 진료 대기 하고, 사람도 많고, 동선도 복잡해 늘 쉽지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름 나의 연례행사인 이 진료가 조금 기대되는 이유는 의사 선생님 때문. 


두 번째로 넘어진 직후에는 매주 병원에 가야 했다. 그러다 조금 안정이 되고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설명을 들었고, 허벅지 앞쪽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간단한 재활운동 몇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그 뒤 두세 달쯤 지나고 진료를 받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운동은 열심히 했어요?"라고 확인을 하셨는데, 속으로 '얼마나 열심히가 열심히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본인 손끝을 보라고 하셨다. 별생각 없이 지시를 따랐다. 그러더니 손을 점점 위로 올리셨다. 나는 일종의 검사? 의 일환이거나, 새로운 운동법을 가르쳐주시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손을 보다 보니, 나는 어느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들려오는 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습니까?"


나는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고, "네 열심히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매년 진료를 보러 가면 결론은 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습니까?"지만, 방식은 늘 다르다. 처음엔 본인 손끝을 보라고 했지만, 어느 날은 저 형광등을 한 번 보라고 하기도 하고, 누워서 검사를 한 날은 눈을 떠보라고 하기도 하고, 알면서도 늘 당하는 느낌이 든달까? 어느새 내가 천장을 보고 있게 만들고, 그때는 여지없이 "하늘을 우러러~"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도 한 6개월 했더니 허벅지에 좀 근육이 붙은 듯도 해서 올해는 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선수를 쳐볼까? 묻기도 전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열심히 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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