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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Mar 05. 2024

꼴찌가 되면 안 돼...

어제 명절, 출장, 감기로 한 동안 가지 못했던 필라테스 수업을 갔다. 어제 수업의 강사는 '친절한 악마' 선생님. 특유의 예쁜 목소리와 친절한 말투로 한 번만 더 하자고,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하시는데, 그 기대를 무시할 수 없어 차마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그만둘 수 없어진다. 


이 '친절한 악마' 선생님의 특별한 응원을 피하는 방법은 수업에서 제일 못하는 자가 되지 않는 것.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 특별한 응원을 하기 시작하면 정말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항상 두 번째로 못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제는 오랜만에 수업에 갔더니, 도저히 두 번째로 못하는 자가 될 수 없었다. 5번을 시키면 마지막 한 번 정도를 못해야 두 번째로 못하는 자가 될 수 있는데... 이건 도저히... 처음엔 나도 노력했다. 하지만 동작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고, 새로운 동작이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한 번 시도해 보고는 누워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다가왔다.


어제의 꼴찌는 나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집중관리 대상. 후... 옆구리를 들라고, 조금만 더 해보자고, 내 몸을 들어주기도 하고, 응원도 하고, 내 다리를 붙들어 내가 몸을 일으키게 도와주기도 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며 다가온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친절한 응원'을 시작하셨고, 나는 울고만 싶어졌다. 아니 이미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게 나의 한계인데...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건데... 흐앙...


선생님이 나를 놓아주며 "너무 잘하셨어요 ^^"라고 말하며, 수업이 끝났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며 집으로 향했다. 


(이미지 출처: 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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