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끝난다

by 레모몬

요즘 참 덥다. 오늘은 35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건물 밖으로 나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집에 다시 올라가 양산을 가지고 나왔다. 이렇게 더위가 맹렬히 존재감을 과시할 때 나는 한 편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더위가 정점에 이럴 때 이 여름도 이제 끝나가는구나, 제 아무리 더위가 맹위를 떨쳐도 곧 힘을 잃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 이렇게 무섭게 뜨거운 여름도 시간이 흐르고 가을이 오는 걸 피할 도리가 없다. 그저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길을 내어주어야 한다.

요즘 상사를 볼 때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우리 팀이 속한 이 실의 임원은 요즘 야심 찬 계획을 내놓으며 실 전체를 조금 괴롭히고 있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그의 개인적인 조직생활 연장을 시도해 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그 임원의 이런 과한 요구에 응대하면서도 사람들은 어차피 곧 일어설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편으론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럴 거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 임원의 시간은 초복과 중복을 지나 말복쯤으로 가고 있다. 그는 가을을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여 노력하는 중이지만, 그가 계절의 변화를 자신의 편으로 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나는 이렇게 가을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거나 가을에 자리를 내주는 여름을 느낄 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의 더위를 최대한 만끽하자고 생각하게 된다. 분명, 오늘 이 뜨거운 날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온다는 걸 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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