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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ul 18. 2023

화가 많은 세상

화날 땐 팩트부터 확인하자!

오늘 점심엔 생선구이집을 찾았다. 인기가 많아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집이다. 당일 예약은 실패하는 날도 종종 있을 정도. 생선구이가 맛있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식당이 밝고 깨끗한 데다 반찬도 푸짐하고 밥까지 맛있어 늘 인기가 있는 집이다. 오늘 예약에 늦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식당 입구가 소란했다. 

4명의 손님은 오늘 점심에 예약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사장님은 그런 예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예약을 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었다. 목소리 톤이 조금 험악해져 갔다. 사장님도 화가 나셨는지, 평소의 친절한 모습과 달리 강한 태도로 응대하고 계셨다. 예약을 주장하던 쪽에서는 통화내역을 찾더니 당당하게 내보였다. 이것 보시라며, 이렇게 통화한 내역도 있지 않냐며. 그러자 사장님은 "저희 가게 번호가 아닙니다"하신다. 

알고 보니 근처(라고는 하지만, 차 타고 20분 거리?)에 또 다른 생선구이 맛집에 예약을 한 듯했다. 식당 이름이 비슷해 착오가 있었던 듯.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곤란해진 손님 쪽은 말투를 바꾸어 "4명 자리 있나요?"하고 민망한 듯 물었는데, 사장님은 "만석입니다"로 대꾸하셨다. 

가끔 이렇게 화를 일단 냈다가 겸연쩍어지는 순간들을 목격하게 된다. 얼마 전 회사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A부서로 업무 관련 공지가 잘못 전달되었다(해당 업무는 C부서의 업무이며, B부서가 도와야 하는 부분이 있음). 그 업무가 B를 거쳐 C(원래 담당 부서)에게 전달이 되었는데, C는 그 공지가 늦게 전달이 되었다며 B에게 화를 버럭 내버린 것.  애초에 공지가 잘못 전달된 일이며, B는 그저 해당 업무를 A에게 받아 전달했다는 사정까지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일단 이 사안 자체도 화를 낼 일인가? 싶지만, 화를 내려면 사실이라도 확인을 하고 화를 내야 버럭을 당한쪽이 덜 억울하지 않겠나?

전에 한 팀장님이 내게 본인이 찾은 논문을 정리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다. 논문의 논조는 분명했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팀장님이 짐작한 결론과 실제 논문의 결론이 달랐다는 데 있다. 실은 나도 해당 논문을 읽기 전엔 팀장님이 짐작한 결론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정반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가자, 팀장님은 내가 논문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버럭이 꽤나 잦은 분이었고, 내게도 거의 버럭 직전까지 텐션을 높이셨다. 이미 답을 정한 상태에서, 내 말이 먹히지 않는 느낌? 내 자리로 얼른 돌아와, 논문을 가지고 와 팀장님께 들이밀었다. "여기에 보면, 00라고 결론이 났습니다"라며. 팀장님도 그 생선구이집 손님처럼 머쓱해지셨다. 

물론 나도 경솔하게 화를 냈다 후회하는 경험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한 팀장님이 한 직원에게 한숨과 꽤 거친 말들을 쏟아내는 걸 목격하고, 같은 팀의 일원도 아니고 사정도 잘 알지 못했지만 엄청 분노한 적도 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그 사건은 두 사람 모두가 같이 만든 상황이었고, 사정을 알고 난 나는 분노한 내가 민망해졌다. 

화는 나기 마련이다. 화가 나는 건 내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일인데, 내가 '화나지 말아야지' 하고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화를 내는 건 또 다른 이야기. 화를 내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화가 날 땐, 팩트 체크부터 하고, 정확한 대상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화를 냈으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 그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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