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Aug 19. 2023

잔소리는 해도 내가 한다

정리 좀 해

이제 이사한 지 2달이 좀 넘었는데, 한 달 전쯤 가족들이 집들이차 놀러 왔었다. 엄마와 아빠, 여동생과 남동생. 그때 정리 안 한 짐들을 서재방에 몰아 두고 있었는데, 그 방 문을 연 남동생이 "누나 이거 뭐야! 정리 좀 해!"라며 크게 웃으며 잔소리를 했다. 그때 엄마가 나섰다. "평일에 회사 가고, 출장도 갔다 왔고, 이사 한지 얼마나 됐어. 천천히 정리하면 되지!" 난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엄마 최고.'


우리 엄마는 참 신기할 정도로 잔소리가 없는 사람인데, 엄마의 신념은 이거다. "말한다고 듣니? 하고 싶어야 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 집은 우리 삼 남매 모두 그다지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랐다. 물론 아빠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약간의 부작용(?)도 있는데, 나는 젓가락질을 조금 특이하게 한다. (많이는 아님). 나는 내 젓가락질이 특이하다는 걸 모르고 살다가, 대학생 때 누군가가 "너 나랑 젓가락질이 똑같네?" 해서 알았다. 그리고 집에 가서 보니 동생들은 제대로(?) 정석대로 하고 있었다. 그게 이상해서 "엄마 나만 왜 젓가락질을 이렇게 해?" 하니 동생들이 급 "언니! 나도 언니처럼 그렇게 하다가 내가 고친 거야." "누나 나도 고친 거야." 했다. 엄마는 "너도 알아서 고칠 줄 알았어." 하신다. 하지만 뭐 콩장 같은 걸 잘 집지 못하는 걸 빼면 별 문제는 없으니깐 (그리고 콩장 싫어함).


아무튼 우리 엄마는 그렇게 그냥 두는 편인데, 그러다 엄마가 한 마디를 하면 꽤나 무게가 있달까...? 며칠 전 엄마만 따로 우리 집에 다녀갔는데, 한 달 전 집들이때와 달라진 게 없는 모습에 "이제 정리 좀 해"하고 가셨다. 이제 정말 정리를 마저 해야 할 것 만 같은 느낌. 오늘 청소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보상으로 케이크도 한 조각 사가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싫어했던 것을 다시 만나다: 가지의 변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