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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24. 2023

 빵순이의 슬픈 깨달음

나는 여행이든 출장이든 라면이나 햇반을 잘 챙겨가지 않는다. 현지식을 잘 먹는 편이기도 하고, 어디든 "빵"이 있으니 식사 걱정은 할 게 없었다. 나는 딱딱한 식사 빵 종류도 좋아하고, 달콤한 디저트 빵 종류도 잘 먹어서 특히 빵이 발달한 나라를 방문할 때 빵집 방문은 내게 큰 기쁨이기도 했다.


오늘 점심은 베이글 샌드위치였다. 마늘맛이 나는 베이글에 버터와 햄을 끼워 넣어 만든 잠봉뵈르와 참깨맛 베이글에 파맛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고 연어와 채소를 곁들인 연어 샌드위치를 회사 동료와 절반씩 나누어 먹었다. 연어 샌드위치는 특히 파맛 나는 크림치즈가 맛있어서 잘 먹었다.


그런데 오후에 너무나 슬픈 일이 생겼다. 점심에 빵을 먹었더니, 배는 부른데, 무엇인가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진 것. 꼭 어디 나가서 한식 타령하는 으르신들을 보며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딱 그 짝이었다. 뭔가 따듯하고, 뭔가 얼큰한 그런 걸 먹고 싶었다. 예를 들면 라면 같은. 점심에 잘 먹은 샌드위치로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옆 자리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디에선가 "빵 해장"이라는 말을 봤다고 해 함께 빵 터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빵 해장 욕구는 오히려 높아가기만 했고, 퇴근 시간 무렵 나는 야근하게 되면 먹으려고 챙겨둔 컵라면을 꺼내어 뭘 먹을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 한 끼는 따듯하고 얼큰한 무엇이 필요해졌다. 다음 출장엔 꼭 컵라면을 챙겨야겠다가 아니라 무슨 컵라면을 챙길지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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