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Sep 02. 2023

우리 멜로 비만이냐고 물어볼까?

물어보지 마

친구네 강아지 멜로는 종을 알 수 없고, 하얗고, 다리가 짧고, 뚠뚠하며, 털이 복슬복슬하다. 친구가 미국에서 입양한 강아지인데, 에너지가 남달라 지칠 줄 모른다. 제일 좋아하는 건 공놀이로, 공놀이에 있어서 멜로에게 "그만"은 없다. 심장이 터질 듯해도 달리고 또 달린다. 그래서 친구는 늘 멜로의 상태를 보고 먼저 공놀이를 멈춰주곤 한다. 


그런 멜로가 미국에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6.5킬로의 날씬한 강아지였다. 그런데 멜로는 어느새 9킬로가 되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멜로는 산책을 좋아하고 정말 활동적인 강아지여서, 멜로의 주인은 하루 두 번 꽤 긴 산책을 시키곤 하는데, 한 번은 다리, 한 번은 발가락을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고, 그럴 때 몸무게가 늘었다(친구 입장에선 아픈 강아지인지라 밥을 잘 먹였음). 그리고 친구는 약간 워킹맘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있어, 간식을 달라고 조르면 잘 주는 편이기도 하다. (친구의 신조: 강아지로 태어나 나한테 왔는데, 하루에 한 번은 맛있는 걸 먹어야지). 


그런데 멜로의 주인은 멜로가 운동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근육이 붙은 거지 살찐 건 아닐 거라고 하는 중이다. 얼마 전 동물병원 진료를 하러 가서는 "우리 멜로 비만인가 물어볼까?" 하자 같이 간 친구가 "아니, 물어보지 마. 우리 멜로는 비만이야."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했는데, 내가 동물병원에 동행한 날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으니까. 그러자 친구는 "그럼, 우리 멜로 다이어트 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어볼까?" 하자 같이 간 친구는 "아니, 물어보지 마.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할 거야." 했다고 한다.


멜로가 이제 진료실에 들어갈 시간. 수의사 선생님이 바닥에 있는 멜로를 진료대로 들어 올리며 하시는 말씀. "아이고 왜 이렇게 무거워." 멜로의 주인은 조용히 말했다고 한다. "물어보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빵순이의 슬픈 깨달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