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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Sep 27. 2023

탑승 시간 vs 출발 시간

오늘 새벽 06:00시 고속버스를 탔다. 탑승 시 버스 내 스크린에 예약이 되지 않은 빈자리는 흰색, 예약석은 파란색, 표를 검표하고 탑승한 자리는 주황색으로 표시된다. 내가 버스에 탑승한 건 5시 55분쯤. 공석인 흰색은 한자리도 없었고, 절반쯤은 예약석인 파란색, 절반쯤은 탑승을 마친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5시 58분쯤 모든 승객이 탑승했다. 한 자리만 빼고. 파란색인걸 보면, 예약을 했지만 아직 탑승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이 새벽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이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할 공산이 크니까, 그 버스를 놓친 사람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 차도 만석일 확률은 99.9%. 저분은 100% 지각하시겠네... 생각하고 있는데 기사님이 탑승하시고 시동을 거신다. 부릉부릉, 이제 달릴 준비 완료. 


6시 정각이 되자 버스가 탑승장에서 후진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앗!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승객에게 1분이 더 하락된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6시까지는 (그래봐야 1분이지만) 탑승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6시 버스이니 6시 정각에 출발하는 것이 맞았다. 지각 확정이시군... 하는 찰나, 버스가 갑자기 멈췄다. 창밖을 보니 그 빈자리 승객으로 보이는 분이 손을 흔들며 간절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분은 연신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를 반복하고 숨을 몰아쉬며 버스에 탑승했다. 오, 지각을 면하셨구먼, 나까지 마음이 놓이는 순간. 기사님은 고개를 까딱하며 쿨하게 인사를 받아주셨고, "안전벨트 메세요"라는 안전 수칙 공지를 잊지 않으셨다. 직업의식이 투철하신 분.


이제 파란색으로 남아있던 한 자리까지 모두 주황색으로 바뀌었고,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난 누군가가 '발 동동' 상황에서 구해진 것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본다. 다음부턴 꼭 버스는 정각에 떠난다는 걸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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