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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Oct 05. 2023

즐겁지는 않으나 새로움

지난주 외부 기관의 통번역사 채용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면접관이 되어 본 건 세 번째인데, 지원자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다들 긴장한 모습과 함께 어떤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 절실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 특유의 기대에 찬 반짝반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물론, 참 속상하지만 좌절하거나 또는 실망하는 모습도 보게되지만).


그 모습에서 나 자신이 그런 시험을 치르던 순간이 떠오른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서류 전형을 준비하고, 번역시험과 통역시험에 직면하며 심장이 두근거렸던 나를 생각한다. 그때 내가 지원했던 세 곳 중 한 곳은 불합격, 두 곳은 합격이었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실망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기쁨, 두 곳 중 어디에 입사할지 고민하던 순간들이 떠오르면 뱃속이 울렁거린다. 


거기에 낯 선 사람들을 잔뜩 만나게 된 입사 첫날이라든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당탕탕 합류하게 된 첫 출장이라든지, 우리말로 진행돼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아득한 회의라든지, 설레임도 있었지만 동시에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컸던 시간들도 조각조각 스쳐 지나간다. 그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나는 조금 더 열정적이고, 더 절실하기도 하고, 더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


5년 짬을 쌓은 지금의 나는 확실히 환경과 업무에 익숙해져 안정적인 상태이지만, 열정은 줄어들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면접 당일 밤, 최근 퇴사한 상사에게 추석 인사를 보내면서 새로운 회사는 즐거운지 물었다. 상사는 명절을 잘 보내라는 인사와 함께 "즐겁지는 않으나 새로움"이라고 답했다.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건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새로운 건 적응 비용이 들잖아"라는 답이 왔다.


그렇다. 새로움은 항상 도전을 수반하며, 그 도전은 종종 부담감이라는 적응비용을 가져온다.  그렇지만 상사가 보내온 답변의 방점이 "즐겁지 않다"가 아닌 "새로움"에 찍혔던 것처럼,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움 속에서 기쁨도 느끼고 성장도 하게된다. 면접에서 만난 "새로움"을 준비한 사람들과, "새로움"에 적응해 나가는 나의 상사, 그리고 앞으로 "새로움"에 다시 도전하게 될 미래의 내가 적은 적응 비용으로 큰 성장을 하길 바란다면 도둑심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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