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Sep 11. 2023

우리도 하다보면 실력이 늘까요?

우리도 하다 보면 실력이 늘까? - 필라테스 초보 탈출기

오늘 점심시간 동료 두 명(나까지 3명)과 근처 필라테스 학원을 찾았다. 다 같이 등록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같이 수업을 듣게 된 것. 우리 셋 모두 필라테스 초보이다. 그 수업은 6명이 함께 듣는 그룹 수업으로, 매일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다. 그 시간 선생님은 꽤나 엄하고 무서운 분인데, 제대로 못하거나 힘들어서 안 하려고 하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지난주 금요일 함께 수업을 들은 건 처음이었는데, 그날은 필라테스 고수 3과 초보자인 우리 셋이 함께한 날이었다. 나는 그 고수들을 곁눈질해가며 수업을 따라갔다. 그날 우리 셋은 모두 어떤 동작을 못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거기 세분은 안 하실 건가요!!!"라며 바로 거침없이 지적하셨다. "사실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거예요 ㅠ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씩 흉내라도 내보는 수밖에.


오늘 수업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직장 동료인 것으로 추정), 필라테스 고수 1명, 그리고 우리 셋(필라테스 개초보)으로 구성되었다. 아저씨 두 분을 보자마자 그들이 우리와 같은 수준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는데, 왜냐면 우리처럼 두리번거리며 학원을 너무나 어색해하고 계셨던 것.


내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아직 뭐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준비 자세에 해당하는 자세를 잡기만 해도 "으아아"하는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막상 동작이 시작되면 선생님은 "거기 두 분은 그냥 무릎 굽히세요" (원래 펴라고 함)라며 난이도를 낮춰주고 계셨다. 왜냐면 그 앓는 소리가 비명이 되어갔기 때문.


수업을 하던 중 어떤 동작을 하다 플랭크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양 무릎을 바닥에서 들라고 하셨는데, 난 도무지 시도도 할 수 없었다(근력 부족). 그래서 그전 동작까지만 하고 있는데, 어김없이 들려오는 불호령. "안 할 거예요!!!" 오늘은 이야기했다. "안 하는 건 아니고 못하는 거예요 ㅠㅠ." 그러자 선생님은 "여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못해도 다 하는 거지. 시도라도 하세요!!!" 하신다. 그냥 하신 말씀이실 수도 있으나, 정말 잘하는 사람이 없었(1명 제외)기 때문에 모두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선생님도 함께.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고수들이 셋이나 있어 동작을 보고 따라 할 수 있었던 지난번 수업과 달리, 초보자들은 잘못된 동작을 서로서로 커닝해서 틀린 동작을 단체로 해 선생님의 목청이 높아져갔다. 양쪽 다리를 폈어야 하는 동작에서, 아저씨 그룹 1인과 그 옆자리 초보자 1인(동료)이 한쪽 다리만 폈다. 선생님은 아저씨 1인에게 "옆에 분이 보고 따라 하다 자꾸 틀리시잖아요! 틀리지 마세요!"라고 살짝 타박했다. 그리고 초보자 1인에게 왼쪽(아저씨 그룹 1인)을 보지 말고 오른쪽(고수 1인)을 보고 하라고 정확히 지정하셨다. 그러는 바람에 지적을 받은 아저씨 1인은 머쓱해하며 웃음을 터트렸고 우리 모두는 또 조금씩 웃음이 터졌다.


엉망진창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길, 같이 갔던 동료 둘은 오늘 수업 멤버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또 이렇게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오늘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초보자들이 많아서인지, 난이도가 조절된 느낌에다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하는 묘한 위로까지. 거기다 수업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는 일들이 계속 있었으니까. 오늘 운동 후기를 이야기하며 바쁜 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누군가 물었다. "우리도 하다 보면 실력이 늘기는 할까요?" 우리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맛있다 그 이상... 떡볶이집에서 세계 문화 체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