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weird, Stay different
청춘시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은재 : 예은 선배는 왜 그런 연애를 하나 몰라요. 얼굴 예쁘고, 잘 웃고, 애교 많고, 더 좋은 남자 만나면 좋을 텐데.
지원 : 너 예은이 언니 얘기 모르지? 이란성인데, 얼굴도 그쪽이 훨씬 이쁘대. 키도 크고. 얼굴도 예뻐, 공부도 잘해, 쌍둥이가 그래 버리니까 어려서부터 좀 치였겠냐?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 거지. 예은이가 죽을 둥 살 둥 해봐야 넘사벽인 거고. 뭐, 그런 상황에서 자존감이 싹트겠냐? 자존감 없는 애들이 연애 잘못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은재 : 응? 이상하다? 예은 선배 외동딸 이랬는데? 아 진짜. 왜 그런 거짓말을 해요?
지원 : 너 방금 내 얘기 듣고, 예은이가 그럴 만도 하다 싶었지? 그러니까 내 말은, 내 얘기가 정답은 아니라도 사람마다 죄다 사정이란 게 있다는 거야. 그 사정 알기 전까진,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안 된다는 거고.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해도, 너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거. 그러니까 남의 일에 대해선 함부로 이게 옳다, 그르다 말하면 안 된다는 거야.
나는 의무소방으로서 소방서에서 2년 정도 일을 했다. 교통사고는 현장이 참혹해서 그날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 구조를 빠르게 해야 하기에 반장님이 시키는 대로 빠르게 환자를 구급대에 실었다. 당시에는 환자가 위급해 구조에만 집중했는데, 긴장이 풀리고 혼자 있게 되면서 그 현장에서 본 끔찍한 장면이 이따금씩 떠오르곤 했다.
그렇게 트라우마로 힘들어할 즘 동아리 후배와 통화를 했다. 군대 생활은 어떤지 뭐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에 본 현장이 약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엔 입버릇처럼 하는
"아 그래도 뭐 육군이나 다른 곳에서 군 복무하는 애들 보다야 훨씬 편하지 솔직히 하하" 를 붙였다.
사람마다 힘듦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대요. 내가 굉장히 힘들어하는 걸 다른 사람은 전혀 힘들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걸 누군가는 전전긍긍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돼요.
20대 초반, 어른스러웠던 그 후배가 한 이야기는 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는 물론, 그 뒤 절망이 찾아와 나를 무너뜨리려 할 때 큰 위로가 되었다.
동시에 이 친구는 내가 한층 더 성숙해지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아니 왜 저걸 그대로 두는 거지?"
"저러니까 저 모양이지."
쉽게 내뱉던 평가질이 올라오려 하면,
"모르는 거다... 모르는 거야. 그 친구가 말하기 전까지 아는 척하지 말자"
이 문장이 뒤따라 올라오게 된 것이다.
혹시 과거의 나처럼 누군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모든 것을 아는냥 후회할 말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그 반대로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나만 이상한 것 같아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는지 않은지.
두 그룹 모두에게,
이 글을 써야겠다 영감을 준 다음의 영상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