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ㅁㅎ Dec 12. 2019

나는 사수의 간수치가 높았으면 좋겠다.

사수있는 신입의 행복한 바람

착하디 착한 내가 꼭 사수를 보며 

"저 사람도 약점은 있을 거야... 일단 나보다 못생겼어... 또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야겠는가?


"제가 바로 합류는 힘들 것 같고, 머리 좀 식혀야 할 것 같아서 조금만 쉬겠습니다."

(구글에서 같이 일하자고 해도 바로 합류하라고 하면 난 못가...)

그렇게 지금의 회사에서 일주일을 겨우 쟁취했다.


쉴 때 읽어보라고 책 두세 권을 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나는 쉴 때 책을 읽지 않는다.)

당최 정이 안 가는 바이럴 루프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을 언급하면서

"어때요? 흥분되지 않아요?"

라고 말할 때 알아챘어야 했다.

(나는 일을 생각하며 흥분하지 않는다.)


 신입으로, 새롭게 고객사를 받아야 하는 새로운 회사의 신입으로, 남부럽지 않게 일을 하고 있을때즘, 사수이자 CMO가 며칠 뒤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했다. 본인도 안다. 본인이 몸 생각하지 않고 일 한 것을... 그래서 조금 긴장된다고 했다.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성격인데 말이다. 나는 겉으로 "별일 없을 거예요~" 말했지만, 별일이 있었으면 했다. 다른 곳 말고, 

그의 간에 별일이 있었으면...


간절히 기도했다.


한국말을 잘 모르는 베네수엘라 동료도 빨리빨리는 아는,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 긴 나라 2위인 대한민국에서 "제가 시간이 없어서..."는 핑계이고, 게으름과 나태함의 고백이다. 


그런데... 오전 11시 전후에 와서 새벽에 퇴근하거나, 어떤 날에는 너무 일찍 출근하셔서 왜 그런지 물어보면 어제 날을 샜다고 말하는,그 와중에 책은 한 달에 4~5권은 읽는, 그 앞에서 난 도저히 "제가 시간이 없어서..."는 꺼낼 용기가 없었다.


간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하셨던 겁니까?


의사 선생님이 사수에게 시원하게 윽박 한번 질러주고, 일이 중요한 게 아니니 당분간은 좀 쉬라고, 몸 생각하면서 일 하라고! 말하는 그 해피엔딩을 나는 꿈 꿨다. 그리고 이 플롯,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도 않았다. 


"이사님 건강검진은 잘 받으셨어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잽을 날렸다.


"아~ 명환님, 나 살 빼야 된대요~"

그는 비만 빼고 건강했다.


"다행이네요 ^^"

.

.

.

젠장

.

.


신은 없다.




나의 출근은 하루 늘었고,

퇴사와는 하루 가까워졌다.

작가의 이전글 16살, 나는 자살을 시도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