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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Dec 12. 2020

그리움 2

 

 넌 나에게 그리움을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그리움의 사전적 의미를 떠올렸다.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이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네가 물었던 건 혹시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이었을까. 나는 되려 너에게 물었지만 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질문의 본질을 몰랐다.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걸 물어봤다기엔 너의 표정은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 같았다.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바다의 소리만 들릴 뿐, 너와 나 사이엔 침묵이 일렁거렸다.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일정한 순간에 넘어오는 바닷물에 풍덩, 풍덩 빠져버렸다. 나는 밀물이 되어 너에게 갔다. 너의 휘청거리는 마음을 내가 꼿꼿이 맞춰주고 싶었다. 하지만 너의 시선은 오로지 지평선 너머에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너는.

 모르겠다. 떨어지는 눈 조각을, 움직이는 구름을, 스며드는 바람을 사랑이라고 말했던 우리가 그립다. 그 기억들은 아직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너의 옆에 서있어 봤자 물에 비친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다. 그제야 나는 나의 그리움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널 그리워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니면 널 잊어야 하는 이유는 또 뭘까.

아. 너도 이런 마음으로 나에게 물어본 걸까.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나의 잘못도 아니다. 우린 충분히 노력했고, 충분히 행복했다. 그저 익숙함에 배탈이 난 것뿐이다. 다만 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것뿐이다. 물이 빠져나갈 즈음엔 갯벌처럼 물의 흔적만 남겨져 있는 것들 따위를 뒤지며 나를 그리워하길 바란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진주를 찾게 되는 날에 네가 나를 그리워하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내가 너를 위해 남기고 간 선물이 아니겠는가. 나는 누구에게도 허락받을 필요 없는 그리움을 너에게 쓸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내 마음이다. 그래서 괜찮다. 우리가 잠시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겠다. 그리움이란 건 결국 기억을 다듬어서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은 어느 바람을 타고 오는 것과 같아서. 언젠가 그렇게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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