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환영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일찍 나오면 되는데 출근 시간은 항상 똑같다.
허겁지겁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건물관리분과 미화원분에게 인사들 드리고 건물 밖으로 나온다.
주머니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끈 조절을 위해 힘껏 잡아당긴다.
아차, 힘이 조금 세었나 보다.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집에 다시 갈까? 한쪽만 귀에 걸로 한쪽은 손으로 잡고 갈까? 지금 몇 시지?
아차, 휴대폰이 없네.
집에 다시 갈까 그냥 갈까의 고민은 쉽게 해결이 되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이 넘는 우리 집을 향해 올라간다.
문이 열리는 순간,
한 손에 내 휴대전화를 들고 동동거리는 딸아이. 그 옆에 코로나 19로 재택근무 중인 와이프. 그 옆에 병원 진료로 두 달간 우리 집에 계시는 장모님. 세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2019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올스타전 선발투수, 개막전 선발 등판의 류현진 선수가 공항에 들어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이 공항에 들어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지금 출발해도 지각 안 하는데 무슨 여기까지 나와 있냐고,
마스크 끊어졌으니 새 거 가져오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건물관리분과 미화원분께 인사를 드리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