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시- 존재의 선언
내가 네게 한 그 모든 것에
나무 같은 이유가 있었다
상처 입을 걸 알면서도 가지를 뻗은 것은
닿지 못할 거리에도 손을 내밀기 위함이었고
쉬지 않고 위로 계속 오른 것은
보다 훨씬 더 먼 곳을 보기 위함이었고
햇빛 아래 서서 잎사귀를 흔든 것은
묻힌 목소리를 바람에 실어 보내기 위함이었고
내 향기를 멀리로, 멀리로, 내보낸 것은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이었고
내가 옆으로 기울어 자란 것은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도 네 곁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그늘을 만들어 준 것은
네 마음의 평온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나는 뿌리 깊은 자리에서
끝내 잊히지 않으려
나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