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아이, 듣지 못하는 어른
“하지 마! 그만해, 당장 멈춰!”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날카로운 쇳소리처럼 긁혀 나갔다. 그 외침에 시아가 화들짝 놀라 손을 놓았다. 주호는 그대로 입을 벌려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 울음소리에 온몸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건 아니야. 정말로,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었다. 나는 주호를 얼른 끌어안고 뒷걸음질 쳤다. 시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저 커다란 눈동자만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이미 확신에 휩싸여 있었다. 공포와 분노와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움.
“왜, 왜 그러는 거야? 이 작은 애가 너한테 어떻게 했다고 이러는 건데!”
내가 한 말인지, 속으로 삼킨 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손끝이 떨려왔다. 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이, 지금 시아를 이해하려 했던 모든 시간을 무참히 부숴버리고 있었다.
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갑자기 제 뺨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점점 세게. 나는 그 모습에 질려버렸다.
“그만! 그만해, 이시아. 제발, 그만!”
소리쳤지만, 시아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마치 자신을 벌주는 듯한, 아니면 누군가의 행동을 따라 하는 듯한 기묘한 행동이었다.
나는 주호를 안은 채 그런 시아를 내버려 두고 방문을 닫고 나왔다. 문 너머에서 소리가 뚝 끊겼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그 애가 이 문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빠르게 방으로 돌아온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남편에게 전화해야 할까, 아니면 정신과에? 이건 단순한 반항이나 사춘기 따위가 아니었다. 분명히 무언가가 시아를 갉아먹고 있었다. 아니, 이미 다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아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주호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저번에는 주호를 때려놓고 오늘은 주호 목을 조르려 했다고 했다. 저번에는 웃어놓고 지금은 자기 뺨을 때린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지금 바로 집에 갈게’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정말 곧바로 집으로 왔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남편은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거실로 달려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는 차 키를 쥔 채 떨고 있었다. 나는 주호를 안고 소파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온몸이 굳어 있었다.
“지금 시아는 어디 있어?”
“자기 방으로 가서, 게임을….”
남편은 끝까지 듣지 않고 시아의 방문으로 향했다. 귀까지 얼굴이 붉어진 게 상당히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그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호를 소파에 올려두고 따라가며 말을 걸었다.
“잠시만, 일단 당신 너무 흥분했어. 진정부터 하고…”
남편은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게임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크린엔 협곡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앞에서 시아는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다. 어디로 향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시아는 마치 화면 속 세계에 빨려 들어가려는 것만 같았다.
“이시아!”
남편의 화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방안을 갈랐다. 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렸다. 낯빛이 창백했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으며, 옷은 단정치 못하게 구겨져 있었다. 하지만 시아는 겁먹은 기색 없이 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주호에게 왜 그런 거냐. 죄 없는 작은 애를 때리고, 목을 졸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응?”
시아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시아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말을 해! 말할 줄 알잖아,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왜 그런 거냐고!”
시아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바닥을 바라봤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남편의 눈이 충혈되어가는 걸 보고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여보, 그만 다그치고 천천히 대화를 해봐야…”
짜악-!
시아의 얼굴이 돌아가며 바닥으로 날아갔다. 나는 너무 놀라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여보-!”
나는 다급하게 남편의 팔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