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발견

상실의 길목

by 슈리엘 아샬라크



*



집으로 돌아가자, 엄마는 거실에서 주호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허탈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조금 벌어진 커튼 사이로 흐릿한 회색빛 하늘이 비쳤다. 그것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도저히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는 끝나지 않은 소란이 맴돌고 있었다.

“어떻게 됐니?”

우리는 말 대신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하천 쪽에서 발견한 시아의 민트색 슬리퍼를 떠올렸다.

“하천 쪽에서 시아의 슬리퍼 한 짝을 발견했어.”

“무슨 일이 있거나, 잘못된 건 아니겠지?”

남편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려 움켜쥐었다. 엄마는 젖병을 살짝 내려놓고 우리를 바라봤다. 짧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너희 없는 사이, 주호가 숨을 잘 못 쉬어서 깜짝 놀랐다.”

나는 그 말을 듣자 흠칫 몸을 떨었다. 남편도 고개를 들었다.

“분유를 먹다가 목에 걸린 것 같더라. 주혜 너 때도 그런 적 있어. 그래서 침착하게 등을 두드려서 겨우 토하게 했다.”

엄마의 말에, 내 기억 어딘가가 번뜩였다. 시아가 주호를 엎어놓고 등을 치던 모습. 나는 그 손길을 오해한 것이 아닐까? 주호를 때리던 것이 아니라, 막힌 숨을 뚫어주려던 거였을지도.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진실이 내 죄책감을 마구 건드렸다. 그날 시아는 무언가를 토해낸 주호를 보고 기쁜 듯 웃었다. 주호가 숨을 쉬게 된 것이 기뻐서였다면? 나는 그런 시아를, 추궁하고 쫓아냈다.

“시아가 주호를 살리려고 했던 걸까?”

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깊게 한숨을 쉬었을 뿐이었다. 남편은 말없이 주먹을 꼭 쥐었다.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그 애가 주호를 해치려 했다면, 더 일찍 했겠지. 하지만 그 애는 너희들한테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주호를 소중히 여긴 것 같구나.”

엄마가 주호 목에 걸린 금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저 목걸이 장식, 뚜껑이 열리는 거더구나. 시아에게 엄마가, 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주호에게 달아준 작은 하트 펜던트. 그것은 경계나 미움이 아니라, 전부였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 애가 품고 있던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 싶었던 거다. 자신이 살아남은 죄책감과 상처, 그리고 남겨진 사랑까지.

“엄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다루듯 내 어깨를 토닥였다.

“찾자. 어떤 일이 있어도. 늦지 않게.”

나는 주먹을 쥐고 일어섰다. 남편도 함께 일어섰다. 이 집 안의 공기는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죄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 끝까지 달려가고 싶었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엄마가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는, 그 애를 오해하지 말자꾸나.”

엄마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 말에서 나는 다시 걸어갈 힘을 얻었다. 더는 놓치지 않겠다. 등 뒤로 들려오는 주호의 작은 울음소리가, 우리를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전에 찾아온 시아 친구 말이야.”

문득 떠오른 얼굴에 내가 말을 꺼냈다.

“혹시 시아가 그 애 집에 있는 거 아닐까?”

남편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응,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주소를 모르는데 어떻게…”

나는 급히 머리를 굴렸다. 시아 친구가 집에서 나갈 때, 내 손에 쥐여 준 작은 쪽지가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주머니를 뒤적였다. 손끝에 종이 감촉이 닿았다. 떨리는 손으로 꺼내어 펼쳤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주세요.’

짧은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와 주소가 적혀 있었다. 볼일이 있는 엄마를 위해 주호를 데리고 나왔다. 남편이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차는 급하게 출발했다. 비는 다시 한번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둘 다 말이 없었다. 오직 하나, 시아를 찾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주소지에 다다르자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나타났다. 삐걱거리는 철문을 밀고 들어서자, 어딘가 적막하고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벨을 눌렀다.

잠시 뒤, 쇳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반묶음 머리를 한 예쁘게 생긴 젊은 여자가 나왔다. 저번에 집으로 찾아온 시아 친구였다.

“오셨군요.”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우리 시아, 혹시 이 집에 있나요?”

시아 친구는 잠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그림자가 어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시아는 여기 없어요.”

나는 실망에 찬 숨을 삼켰다. 남편도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러나 단념할 수 없었다.

“혹시, 시아가 여기에 들르지 않았나요? 우리는 꼭 찾아야 해요.”

내 간절한 목소리에, 시아 친구는 한순간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문고리를 조금 더 꽉 움켜쥐었다. 그때, 집 안쪽에서 익숙한 게임 배경 소리가 안쪽에서 이쪽으로 새어 나왔다. 남편이 주인의 허락 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

“여보”

“아저씨! 이 무슨……”

나와 집주인이 부르건 말건 집안으로 들이닥치는 남편을 말리지 못하고 소리가 들리는 안쪽으로 따라 들어갔다. 남편이 멈춰 선 좁은 거실에는 어수선하게 널린 게임기, 이어폰, 과자 부스러기들이 있었다. 방 한구석,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은 소녀가 있었다.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헤드셋을 끼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한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뒷모습이 시아를 닮아 있었다.

“시아?”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게임 화면이 밝게 번쩍였다. 망망대해 속에서 나무로 만든 배 한 척을 가지고 생존하고 있었다. 낯익은, 그리고 익숙한 화면. 시아가 즐겨하던 게임이었다.

“저기, 그 애는 제 친구예요.”

시아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시아랑 많이 닮았죠. 그래서 저도 가끔 착각할 때가 있어요.”

나는 가까이 다가가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시아의 그림자를 닮은 또 다른 누군가였다. 헤드셋 너머로 들려오는 불 피우는 소리, 요리하는 소리, 낚시하는 소리가 시아의 꿈꾸던 세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여기 왔었나요?”

남편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아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들렀어요. 제가 발견해서 데려왔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 오는데도 나가더라고요. 편의점에 가는 거구나, 생각했었죠. 집에 먹을 만한 게 없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렸다. 나는 다급히 다가섰다.

“그리고요?”

내 말에 눈썹이 한껏 찌푸려진 그녀가 머리를 긁었다.

“사라졌어요. 다시 들어오지 않았어요. 나갈 때 말하지 않더라도 물어볼걸 그랬어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아 친구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우리는 얼어붙었다. 그 아이가 여기도 떠났고,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아는 여기도 있을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 아닐까?

시아가 나간 순간 이 방에는 누군가 다녀가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저 방문이 조용히 닫혀 있었고, 시아의 물건도 없었다. 이불은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다. 베개 위에는 긴 머리카락 몇 가닥만이 시아의 자리를 증명하고 있었다.

“시아는 나가면서도 인사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금방 돌아올 거로 생각했어요.”

시아 친구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이 아이도 무언가를 감지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한 걸까. 가슴속의 무언가가 소용돌이쳤다. 왜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문득 내가 시아에게 건넸던 질문이 떠올랐다.

‘네가 있고 싶은 곳은 어디니?’

그 말은 원래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었다. 바깥 어디를 나가 살고 싶냐는 말이 아니었다. 게임 속과 현실, 네가 살고 싶은 곳은 그중 어디냐고 묻고 싶었다. 아이의 대답은 없었지만.

그때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그가 받았다. 표정이 굳더니, 곧 내 쪽을 보며 속삭였다.

“당신이 말한 하천가, 거기서 시아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이 발견됐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가 말했던 장소. 내가 시아의 슬리퍼 한 짝을 발견한 그곳.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시아가 그곳으로 향했을 거란 것을.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순간 몸에 힘이 풀렸다.

“지금 바로 가보자.”

“차 가져올게.”

남편의 옷깃을 잡아 그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니, 그냥 걸어가자. 그 애는 여기서 거기까지 걸어서 갔을 거야. 우리도 걸어야 해.”

우리는 우산도 없이 길을 나섰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시야는 흐릿했다. 나는 주호를 품에 안고 있었고, 남편은 말없이 내 옆을 걸었다. 두 발은 물에 젖어 무거웠고, 마음은 발보다 더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