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VER

by 슈리엘 아샬라크

하천가로 향하는 길은 낯설게 느껴졌다. 수없이 걸었던 길인데, 오늘은 다른 행성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시아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생각이 점점 내 목을 조여 왔다.

전화로 들은 그 지점은 흐린 빛의 하늘 아래로 물결이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 일대를 수색 중이었다. 한 남자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무언가 들어있는 투명한 비닐을 안고 있었다. 그 안에는 시아의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 비로 인해 젖어 있었지만, 형태는 여전했다. 투명한 보호 케이스 사이로 시아의 라벤더 색 핸드폰이 보였다. 거기에 붙여진 시아가 즐겨하던 게임 속 캐릭터 스티커를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근처에서 발견했습니다. 벤치 위에 있었어요. 배터리는 남아있는 상태였고, 잠금장치는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했었나 보더군요. ‘GAME OVER’라는 창이 띄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조심스레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받아서 들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남편도 말이 없었다. 마치 눈앞의 현실이 거대한 진공처럼 우리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그가 폰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게임 화면이 떴다. 그 한가운데에 ‘GAME OVER’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끝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담담하게 박혀 있었다.

“시아의, 폰이 맞네요.”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시아는 이곳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자신만의 세계에 있었다. 현실을 피하고 싶었던 그 아이의 공간. 그 안에서 무너지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눈물이 났다. 한 방울씩, 아주 느리게. 그러다 어느 순간, 홍수가 터지듯 와르르 쏟아졌다. 나는 남편의 품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우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그런 나를 조용히 감싸 안았다.

주호가 품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데도, 내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여기에 시아가 있었던 게 틀림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 없다. 사라졌다. 그 단어가 나를 끝없이 흔들었다.

우리는 둑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산책로는 비에 젖어 미끄러웠고, 간간이 발에 걸리는 돌멩이들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걸어야만 했다. 그 애가 혹시 여기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라면, 잡아야만 했다.

흐르는 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흐려 있었고, 빗방울은 강물과 섞여 사라졌다. 그 위로 익숙한 색깔 하나가 물에 떠 있었다. 내가 찾아냈던 시아의 민트색 슬리퍼 색과 같았다.

“여보. 저거 혹시, 시아의 슬리퍼 나머지 한 짝 아니겠지?”

남편이 눈살을 찌푸리며 둑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강기슭은 비에 젖어 진흙처럼 질척였고, 몇 걸음마다 신발이 조금 잠겼다. 나는 숨을 참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발끝에 닿을 듯 말 듯 떠 있는 민트색 슬리퍼는 멀리서도 단번에 시아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이 소리쳤다.

“저기 떠 있는 걸 주울 수 있을까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아가 거기 있는 건 아닐까. 아직,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걸까. 혹시 그 애는, 마지막으로 나를 시험해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 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빈 곳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건져 올려진 물건을 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맞아요, 시아의 슬리퍼 나머지 한 짝이.”

나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탄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시아를 다시 볼 수 없다는 확신을 얹어주는 것 같았다. 슬리퍼와 핸드폰이 그 아이가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징표의 물건인 것만 같았다.

남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슬리퍼를 옆에 선 사람에게 넘겨주고 내 앞에 섰다.

“이게 마지막인 거 같아.”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슬리퍼를 들고 있는 이에게서 물건을 넘겨받았다. 그것은 온기 하나 없이 차갑고, 무겁고, 무엇보다도 낯설었다. 이토록 익숙한 물건이 이렇게까지 멀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 하나가 강물 위로 떠내려갔다.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연은 무심하게 움직였고, 세상은 언제나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집으로 가자.”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조금만 더, 여기 있자.”

그는 나의 의사를 존중하듯 말없이 곁에 있었다. 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흔들리며 잎을 떨어뜨렸다. 어쩌면 시아는 지금 어딘가에서 그 잎사귀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강물이 닿는 끝자락 어딘가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주호가 살포시 눈을 떴다. 세상에 다시 빛이 들어오는 듯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주호는 나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눈빛에 어렴풋이 시아의 얼굴이 겹쳤다. 시아도 이렇게 웃은 적 있다. 주호가 숨을 되찾았을 때였다. 나는 아기의 등을 가만히 토닥이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누나가 주호 널 좋아했단다. 많이, 아주 많이.”



*



하천 둑 너머, 깎아지른 절벽이 가슴을 베인 듯 아파 보였다. 그 뒤로 안개구름에 베인 태양이 마지막 발버둥을 치듯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부서진 빛무리를 바라보며, 문득 떠나는 이름 모를 새가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까 봐 두려워졌다. 그러나 세상은, 참담할 만큼 담담하게,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벼락을 맞아 생사를 알 수 없는 고목이 괴로워 보였다. 나는 품에 안은 주호를 더 꼭 끌어안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팔을 타고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분유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나와 지친 속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그러나 흐르는 세계는, 가혹할 정도로 현실의 무게를 새기며 나를 끌어당겼다.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 나는 서서히 주저앉았다. 무릎은 꿇렸고, 품 안의 주호 무게는 더욱 깊게, 더욱 낮게, 나를 땅에 눌렀다.

어느새 다가온 손길이 나를 부축했다. 여보, 라고 부르며 걱정하는 저 얼굴이, 미우면서도 싫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의 반달로 접힌 두 눈에서 비치는 초저녁의 별 같은 눈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는 언제나처럼 흐르는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마치 오래 앓던 이를 뽑아낸 뒤의 기이한 해방감처럼, 혹은 악몽을 털고 일어난 사람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남편과 나는 다가오는 서늘함에 옷깃을 세웠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곳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날따라 별이 유난히도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그 별빛 아래, 다시는 시아를 부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건 맞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시아를 다시 본 적이 없다. 핸드폰 속 게임은 정지된 화면만을 남겼다.


[GAME OVER]


그 화면은 단지 게임의 끝이 아니었다. 시아가 만든 작은 세계, 그 아이가 숨을 쉬던 유일한 공간의 붕괴였다. 강가에서 발견된 것은 시아의 슬리퍼와 비에 젖은 휴대폰이 다였다.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나는 묻지 않았다. 다음 끼니, 나는 식탁 위에 시아의 그릇을 놓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자리는 비워 두었다.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릇이 비워 있었다. 깨끗이 싹싹 긁어먹은 흔적. 나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설거지했다. 물이 손끝을 적셨다. 따뜻한 물이었다. 그 따뜻함이 오래도록 식지 않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