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진 역사
바다는 도시와 섬을 삼키고
하늘은 구름과 해와 달, 별까지 삼켰다
전등은 어둠을 삼키고
책은 지식을 삼켰다
그러나 불빛은 더 이상 다정하지 않고
책의 문장들은 돌처럼 굳어
침묵의 서랍에 갇혀 있다
자본은 노동의 시간을 삼키고
아침 출근길의 신음과
저녁 귀갓길의 고단함을 삼켰다
권력은 목소리가 메아리치던 골목을 삼키고
낯선 침묵을 길 위에 흩뿌렸다
스크린은 눈과 진실을 삼키고
꿈까지 재단해 전광판에 걸었다
광장은 방패에 삼켜지고
찢긴 구호가 바람에 부서진다
역사는 기억을 삼키고
기억은 잊힌 이들의 무덤을 삼켰다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과
기억되지 못한 얼굴들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삼켜진 자들의 숨결만은
벽에 새겨진 낙서로 남아
밤마다 꺼지지 않는 별빛처럼 흔들린다
그 별들은
다시 삼키려는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깜박이며 외친다
버리지 말라고
아직 삼켜지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