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보다, 관계를 기준으로 일하게 되기까지
좋은 회사, 좋은 팀이란 뭘까?
누군가 이 질문을 던지면, 예전의 나는 꽤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유명한 회사, 높은 연봉, 좋은 복지. 그런 곳이 좋은 회사고,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이 기준에 일부 동의한다. 조건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하고, 때로는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 되기도 한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이 조건들만으로는 ‘좋은 회사’라는 말을 끝까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 내가 생각했던 좋은 회사
예전에는 좋은 회사에 대한 기준이 비교적 단순했다. 누구나 아는 회사, 연봉이 높은 곳, 복지가 좋은 곳, 최신 장비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 그런 회사가 좋은 회사였다. 그런 곳에 가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이력서에 쓸 만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크고, 더 유명한 곳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목표처럼 보였다. 지금도 이 기준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누가 봐도 괜찮은 조건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평생직장은 없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적어도 직장인으로 산다면, 이제는 한 회사에 들어가 평생을 다니는 게 당연하지 않은 시대라는 걸 체감했다. 나 역시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닐 수 있는, 아니 어쩌면 옮겨 다니게 될, 한 명의 개인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니까 회사는 내 커리어의 '전부'가 아니라, '한 구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니 질문이 바뀌었다.
'이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까'보다는 '함께하는 기간 동안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회사는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나는 이 회사 안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그 교환이 명확할수록 함께하는 시간도 더 건강해진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런 밀도가 곧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져,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회사나 팀원이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즈음부터, 회사를 기준으로 나를 설명하기보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먼저 보게 된 것 같다.
요즘 내가 회사를 보는 기준
그래서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나와 케미가 잘 맞는 곳'에 가깝다.
회사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내가 회사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서로가 원하는 성장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를 조금 더 잘 쓰이게 만들어주는지.
예를 들어, 회사는 빠른 성장을 원하는데 나는 안정적인 루틴을 원한다면, 그건 케미가 안 맞는 것이다. 반대로 회사는 실험을 장려하는데 나는 검증된 방식만 고수하고 싶다면, 역시 케미가 맞지 않는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이 '맞음'이 없으면 결국 소모적인 관계가 된다.
이제는 회사 자체보다, 회사와 나 사이의 케미가 더 중요해졌다. 조금 덜 유명해도, 내가 원하는 방향과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 겹치는 구간이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좋은 회사다.
회사보다, 개인으로서의 나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회사를 기준으로 나를 설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저는 00에 다니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나를 증명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먼저 개인이고, 회사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맥락이다. 회사가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 내가 회사와의 관계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회사란 절대적인 정의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상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에겐 좋은 회사가 나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건 누가 더 뛰어나고 부족한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맞고 안 맞고의 문제다.
예전의 기준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여전히 좋은 조건은 중요하고, 유명한 회사가 주는 기회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좋은 회사인가?"가 아니라,
"이 회사와 나는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앞으로 이 질문을 계속 가지고 가려한다. 나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