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2025 하반기 커리어 회고

나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질문 사이에서

by 샨티

12월의 끝자락이다. 한 해를 정리하려고 브런치에 들어왔는데, 상반기에 써 두었던 회고 글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잊고 있었던 글인데, 오랜만에 읽으니 제법 재미있다. 어차피 상반기 회고를 해두었으니, 하반기는 하반기대로 한 번 더 정리해 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관련글 :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2025년 상반기 회고)




1. 한 회사에서 3년이라는 시간


지난 8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3주년을 맞이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맞는 사람들과 문화 덕분에, 3년이라는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적당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어느새 '벌써?'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의 결이 좀 달라졌다는 느낌은 받는다. 함께 일하다 스쳐 간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 역시 무언가를 '받기'보다는 '나눠주는' 입장에 가까워졌다는 걸 자각할 때면 그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새로운 상황, 새로운 시선은 곧 새로운 고민으로 연결된다. 나는 잘 나눠주고 있을까? 상대가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디자이너로서의 성장과는 별개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더 컸던 최근이다.

(관련글 : 프로덕트 디자이너 3년 차 회고 : 보는 눈이 달라지다)





2. 관심 있는 디자이너들과의 커피챗


하반기에 시도한 새로운 일 중 하나는, 관심 있는 제품을 만들고 계신 분들, 관심 있는 분들과의 커피챗이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다음 스텝을 고민하려면,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더 넓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커피챗을 통해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디자이너' 직무라고 해도 하는 일, 역할, 고민의 결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특히 연차나 조직의 규모, 제품의 성격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기준이 흔들릴 때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새로운 자극과 질문이 생겼다. 이런 대화들이 나를 조금은 더 넓은 시선으로 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한 네트워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3. 포트폴리오 만들기


하반기 내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한 주제가 아닐까. 포트폴리오...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고르고,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로 고민이 이어졌다. 시작 단계에서는 정말 앞이 캄캄했는데 어찌어찌 주위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방향을 잡아갔고, 지금은 최소한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겠다는 느낌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포트폴리오에서 말하는 '완성도'란 결국 '그 시기의 나를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간혹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느낄 때마다, 질문의 끝을 따라가면 대부분 '내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반대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뚜렷하게 찾자,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기준이나 구성 방식, 표현에 대한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리고 때로는 주위의 피드백에 과하게 흔들리기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뚜렷하게 설정하고 밀고 나가는 뚝심도?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내 거니까.

스크린샷 2025-12-28 오후 12.56.25.png 이 장표 만든다고 얼마나 많은 이 시간이...





4. 다양한 세미나, 컨퍼런스는 꾸준히


하반기에는 세 차례의 오프라인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이제는 이런 경험이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된 것 같다. 토스 컨퍼런스에서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고, 원티드 밋업에서는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플렉스 행사는 디자인 원칙과 B2B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가끔의 세미나, 컨퍼런스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자극하고, 내 일의 기준을 점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다.


- 2025 TOSS makers conference (후기)

- Wanted UX designer 밋업

- FLEX 원칙과 협업: 더 나은 디자인 의사결정





5. 독서모임과 조금 더 깊어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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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의 또 다른 변화는 독서모임을 새로 시작한 것! 작년인가 시즌1으로 참여했던 독서모임이 이번에 시즌2를 열어서 고민 끝에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시즌1에 만났던 사람들과 아직도 교류를 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분들이 많았고,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넘어 프로덕트를 만드는 관점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가 참 좋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덕분에 시작부터 혼자라면 쉽게 읽지 않았을 굵직한 책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양질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좀 더 묵직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생각거리가 많아서 책장도 잘 안 넘어가고, 읽는 데는 더 시간이 걸렸다. 전체 책들 중에서 프로덕트/기획/디자인 관련 책만 뽑아온 건데, 특히 좋았던 건 별표(⭐️) 표시를 참고!


- 고작 다섯 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

- (⭐️) Start with why

- (⭐️) 유난한 도전

-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떻게 일하나요

- (⭐️) 실패를 통과하는 일

- 단순함의 법칙

- (⭐️) 콜드스타트

-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





6. 생성형 AI와의 거리 좁히기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늘 쓰는 것만 쓰고, 새로운 툴을 탐색할 시간과 여유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좀... 많이 아쉬웠다. 이 문제로 고민할 때쯤, 그 시점에 지인이 스터디를 꾸린다는 소식을 접했고, 호다닥 합류했다!


일정이 맞을 때마다 참여해서 새로운 툴을 2~3개씩 접해보고, 서로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비교적 가벼운(?) 구성의 스터디였다. 혼자였다면 미뤘을 일들을 '적당한 압박감' 덕분에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여전히 세상에는 수많은 AI 툴이 쏟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한 발은 내디뎠다고 느낀다.





7. 팀원들과 함께하는 연말회고


작년에 처음 시도했던 팀 내 소규모 연말회고 워크샵을 올해도 진행했다. 한 번의 경험이 쌓였다고, 작년에 얻은 레슨런을 반영해 구성을 다듬었고, 진행도 한결 수월해졌다. 올해는 특히 참여해 준 팀원들에게 더 고마웠는데, 아침 이른 시간부터 서로 다양한 간식과 커피를 준비해와 주신 덕분에 나눠먹기도 하고, 작년에 비해 talkative(ㅋㅋ)한 분들이 많아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주신 덕분에 더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했던 것 같다. 작년보다 더 성황리에 진행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뿌듯함이 컸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서로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비슷한 모습으로 일하다가도, 회사 밖에서의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이런 한 해를 보냈구나 싶어 내심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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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이렇게 안녕 ~~~~




적다 보니 드는 생각 : 내년도 action item


하반기를 돌아보며, 업무 측면에서도 회고의 밀도를 더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올해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한 주를 정리하는 주간 회고를 시작했다. 잘한 점, 배운 점, 아쉬운 점을 기록하며 가족, 일, 취미, 건강까지 다양한 주제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내년에는 이 중에서도 '일'이라는 영역은 좀 더 분리해서,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회고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다음 선택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길 바라면서!





그래도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성과라고 말할 만한 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통해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에 대한 감각을 조금 더 뚜렷하게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답이 언제나 고정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나의 성향, 성격을 잘 고려해 봤을 때, 적어도 나에게 잘 어울리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흐릿하지만 분명한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한 느낌이다.


사실 상반기 회고만 봐도 이런 고민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하반기에는 그 질문들에 조금 더 가까운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그새 나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 걸 느끼면서 스스로도 신기하다. 덕분에 지금의 고민 역시, 앞으로 계속 붙잡고 있다 보면 어떻게든 나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도 생긴다.


이제는 그 방향으로 좀 더 시도하고, 움직여볼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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